北, 일방적으로 끊었던 軍통신선 재가동… 南 거부 유도 → 北-美 직접 대화 노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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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군사회담 개최 연일 요구
조평통 “핵 포기 조건 걸지말라”

북한이 2월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 일방적으로 단절한 군 통신선까지 재가동하며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연일 압박하는 것은 핵 포기 압박을 피하고 실속을 챙기려는 ‘명분 만들기’라는 숨은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남북 군사회담을 열자며 20일 공개서한을 보낸 데 이어 21일에는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명의의 대남 통지문을 이미 폐쇄했던 군 통신선으로 국방부에 보내는 등 겉으로만 보면 대화 재개에 총력을 쏟는 모습이다.

먼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차 핵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가 발사 시험 등 고강도 도발 강행에 앞서 국제사회에 보여 주기식 대화 총공세를 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21일 “해외 온 겨레가 남조선 당국이 조선반도의 평화를 바라고 있는가를 엄격히 지켜볼 것”이라며 추가 도발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21일 오후 5시 40분 통지문을 보내고 이례적으로 2시간 25분 만인 오후 8시 5분 평양방송 등 관영 매체로 공개한 것도 우리 정부가 제의를 거절할 것으로 예측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반응을 기다리는 대신 국제사회에 “대화를 제의했다”는 사실을 선전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군사회담이 열리더라도 대북 확성기 가동 중단, 대북 전단 살포 중지 등 자기들의 실리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원동연 서기국 국장은 22일 담화를 내고 “핵 포기 같은 부당한 전제조건 그만두고 대화에 나오라”고 주장했다. 대화 제의에 비핵화 의사가 포함되지 않았음이 확인된 것이다.

북-미 대화를 위한 ‘길 닦기’ 차원의 접근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북이 막혀 있으면 북한이 미국에 북-미 대화를 직접 제안할 명분이 된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노동당 규약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북한의 입장에선 이를 인정받을 공개적인 외교 활동이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회담 제안을 거절할수록 북한으로서는 북-미 회담 제안의 명분이 더 쌓인다고 판단하고 대화 공세에 나섰을 것이라는 얘기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남북군사회담#조평통#개성공단 폐쇄#양무진#추가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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