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비대위’ 원점으로… 쇄신파 압박 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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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이후]元 “차기 원내대표에 위원장 이양”… ‘先 비대위 구성’ 의지 보였지만
당내 반발 계속되자 추인 절차 포기… 26일 당선자 워크숍이 분수령 될듯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구상했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사실상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추대 논란이 당내에서 끊이지 않자 결국 비박(비박근혜)계 위주인 쇄신파 의원들의 요구를 원 원내대표가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당장 비대위 발족을 위해 22일로 예정됐던 전국위원회 개최도 무산됐다. 그 대신 26일 20대 총선 당선자들이 모이는 워크숍을 열어 향후 비대위 구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원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원내대책회의까지만 해도 “빠른 시간 내에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비대위원장직을 (차기 원내대표에게) 이양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22일 전국위에서 자신이 구상한 비대위 체제와 비대위원 인선을 추인받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까지 당내에서 반발이 계속되자 전국위 개최를 없던 일로 했다.

앞서 원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정면으로 반대했던 이학재 김세연 황영철 오신환 주광덕 당선자 등 ‘5인 멤버’와 김영우 하태경 의원이 연판장을 돌리겠다는 뜻까지 밝히면서 여론이 악화 일로로 치달은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비대위원장 논란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삼가 왔다. 총선 패배 이후 당내 분란이 커지는 모습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 김영우 황영철 오신환 하태경 의원은 원 원내대표와 50분간 면담했다. 면담 직후 황 의원은 “원 원내대표가 자리에 연연하거나 특정한 (계파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와 의혹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이해했다”며 “‘이양’이라는 표현도 있었는데 (원 원내대표) 자신이 아직 비대위원장도 아니고 대표 권한대행일 뿐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원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솔직한 얘기로 나는 오늘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사람”이라며 “남은 19대 국회 임기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하는 거지, 이 자리(비대위원장)가 무슨 대단한 벼슬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전국위는 소집 자체를 한 적 없다”며 “26일 당선자 워크숍을 우선 열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원장직을 놓고 벌어진 계파 갈등은 잠시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26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2라운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론을 등에 업은 비박계는 비대위원장직과 비대위원 인선 모두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야 한다며 원 원내대표와 친박계를 압박할 태세다.

반면 친박계는 20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가 68명으로 37명에 그친 비박계에 비해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어 당선자 워크숍에서 반전 카드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원 원내대표가 한발 물러섰지만 다수의 친박계를 앞세워 비대위 체제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지금은 내 탓 네 탓 따질 때가 아니다. 계파를 떠나 모두 민심을 받아들이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며 비박계와 충돌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원유철#비대위#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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