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통화서 ‘○○형’ 친박의원 언급 비박 “정계 은퇴하라” 계파갈등 폭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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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막말 사과… 김무성은 만남 거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이 4·13총선을 앞둔 여권을 집어삼키고 있다. 윤 의원은 채널A가 단독 입수한 녹음 파일에서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죽여 버리게. 당에서 솎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파일에는 “○○ 형한테, ×× 형 해 가지고”라는 말도 담겨 있다. 이 중 앞에 나온 ○○ 형은 또 다른 친박계 핵심 의원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김 대표 등 비박(비박근혜)계를 쳐내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9일 정치권의 관심은 윤 의원의 통화 상대가 누구인가로 모아졌다. 공천관리위원회나 청와대 관계자일 경우 친박계가 공천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이날 공천 개입 논란과 관련해 “절대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통화 상대를 정확히 밝히지 못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비박계는 총공세에 나섰다. 홍문표 제1 사무부총장은 윤 의원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김 대표 측은 “윤 의원을 공천하면 새누리당은 ‘음주만취당’이란 비아냥거림을 살 것”이라며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진상이 규명되면 그때 조치할 수 있다”고만 했다. 일각에선 공관위의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구상이 꼬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친박계는 파문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당 공개회의에서 “윤 의원이 김 대표를 찾아가 사과하라”고 주문했다. 직후 윤 의원은 대표실에서 20여 분간 기다렸지만 김 대표가 만남을 거부해 ‘대면 사과’는 불발됐다. 이날 김 대표는 이 사안과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친박계를 향해 ‘침묵 공세’를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의원은 김 대표와의 만남이 불발된 직후 기자들을 만나 “대표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취중 사적 대화까지 녹음해 언론에 전달하는 행위는 ‘의도적 음모’”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당 주변에선 윤 의원의 공천 개입 정황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친박계는 윤 의원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최대 고민에 빠졌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윤상현#김무성#막말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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