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試 벌집’ 쑤시고… 법무부 갈팡질팡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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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4년유예 발표 하루만에… 김현웅 장관 “최종 입장 아니다”
로스쿨協“사시출제 거부할 것”… 서울대 464명 자퇴서 제출

법무부가 2017년 폐지될 예정이던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존치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인 4일 “최종 입장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춘천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년 유예안’은 확정적이거나 최종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없다”며 “여러 단체와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한 뒤 (국회에 계류 중인 사시 존치 관련 법안에 제시할) 법무부의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봉욱 법무부 법무실장도 서울고검에서 별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4년 유예안을 바탕으로 하되 사시 폐지를 유예해야 하는지와 4년이라는 기간이 적합한지를 모두 검토하겠다”고 했다.

법무부가 전날 “4년 유예안이 국회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지 하루 만에 한발 물러선 데에는 사시 문제 출제를 거부하려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들의 움직임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사시 1차 시험이 파행할 것을 우려해 법무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법무부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입장을 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일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찾아와 입장 발표 계획을 얘기하기에 ‘다른 부처·기관과 심도 있게 논의하지 않은 채 법무부의 일방적 입장을 발표하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만류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법원과 교육부도 “우리와 협의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스쿨 측은 “정부가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반발 강도를 높였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로 이뤄진 로스쿨협의회는 사시 문제 출제를 비롯해 법무부의 모든 업무에 협조하지 않기로 했고, 로스쿨학생협의회도 집단 자퇴와 학사일정 전면 거부를 결의했다. 이날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480명 중 464명은 집단으로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고, 한양대 전남대 등 다른 로스쿨 학생들도 조만간 자퇴서를 낼 계획이다.

사시 존치에 찬성해 온 단체들은 “로스쿨 측의 반발 탓에 법무부가 오락가락한다”며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스쿨 자퇴서라는 ‘떼법’에 법무부가 꼬리 내리는 모습은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희균 기자
#로스쿨#司試#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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