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추종 드러나도… 對테러법 없어 신원파악-처벌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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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의 세계대전]
국내도 ‘외로운 늑대’ 확산 우려

경복궁서 ‘V자’… 집에는 칼-모형 총 국제 테러 단체 알누스라 전선을 추종하는 인도네시아 근로자 A 
씨가 10월 경복궁 앞에서 알누스라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손으로 V자를 그리는 모습(위 사진). 경찰은 18일 A 씨를 체포할
 당시 A 씨 집에서 M16 소총 모형과 일명 람보 칼로 불리는 보위 나이프를 발견했다. 경찰청 제공
경복궁서 ‘V자’… 집에는 칼-모형 총 국제 테러 단체 알누스라 전선을 추종하는 인도네시아 근로자 A 씨가 10월 경복궁 앞에서 알누스라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손으로 V자를 그리는 모습(위 사진). 경찰은 18일 A 씨를 체포할 당시 A 씨 집에서 M16 소총 모형과 일명 람보 칼로 불리는 보위 나이프를 발견했다. 경찰청 제공
국내에도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악랄한 국제 테러단체에 동조하고,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꿈꾸는 한국인과 외국인근로자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8일 경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한국에 불법 체류 중인 인도네시아 근로자가 한국의 상징인 경복궁과 북한산을 찾아 테러단체를 추종하는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한국 국민 10명이 인터넷으로 IS를 공개 지지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내에도 IS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슬람 노동자 중에서도 IS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 ‘IS 추종’ 인도네시아인 검거


이날 경찰에 검거된 인도네시아인 불법체류자 A 씨(32)는 2007년 위조 여권을 이용해 입국했다. 충남 아산에서 공장 근로자로 일하던 A 씨는 올해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테러단체 ‘알누스라 전선’과 IS를 지지하는 글과 사진, 영상을 올렸다. 그는 자신을 ‘알누스라 전선병’으로 칭했다. 페이스북에는 두 달 간격으로 계정을 바꿔가며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4월 A 씨는 서울 북한산에서 알누스라 전선 깃발을 활짝 펼친 모습을 셀카봉 카메라로 찍었다. 깃발에는 ‘알라 외에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선지자다’라고 아랍어로 적혀 있었다. 촬영한 사진은 페이스북에, 영상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A 씨는 10월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알누스라 전선의 상징이 그려진 모자를 쓰고 양손을 위로 뻗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당시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알누스라 전선의 상징이 그려진 복면을 한 채 군복을 입은 사진, 람보 칼로 불리는 보위 나이프 사진 등도 올렸다. 7월 31일엔 탈레반 지도자 오마르가 사망하자 애도 글을 올렸다.

파리 동시 테러 이후인 15일엔 인도네시아어로 “40만 명의 시리아 민간인이 사망했는데도 무반응인 반면 100여 명의 비무슬림 프랑스인이 죽고 누구의 소행인지 특정되지 않았는데 프랑스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A 씨는 페이스북에서 외국인 126명과 친구를 맺었다. 이 중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3명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어 의사 소통이 가능한 그가 테러단체에 동조하는 주장을 한국인에게 전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 씨는 “IS에 관심이 있었지만 알누스라 전선이 자유를 위한 독립투사로 보여 지지한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의 집에선 람보 칼과 M16 모의소총, 이슬람 원리주의 서적 10여 권이 발견됐다.

경찰은 일단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문서 위조, 총포·도검 및 화약류 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김성근 경찰청 외사국장은 “현행법상 테러단체를 선전 선동해도 테러를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처벌할 근거가 없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될 위험성이 있어 테러방지법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국내 동조자 신원 파악 어려워”

실제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중 IS 같은 테러단체 추종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국제 테러조직과 연계됐거나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를 유포한 테러위험인물 48명을 적발해 강제 출국시켰다고 보고했다. 이들 중 대구 성서공단에서 2년간 체류했던 인도네시아 근로자 한 명은 한국을 떠난 뒤 IS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올해 2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IS 가입을 권유한 파키스탄인이 있다는 첩보를 국정원이 경찰에 전달했지만, 테러 관련 수사는 법이 미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우리 국민 10명이 국내에서 IS를 공개 지지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전체회의 후 “(10명의 신원에 대해) 물어봤지만 관련 법령이 미비해 신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국정원이)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아직 인터넷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것 외에 IS 관련 활동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1월 IS에 가입했던 김모 군 같은 사례가 추가로 나올 위험성도 상당하다.

8월 IS는 한국을 십자군 동맹에 포함된 테러예상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잠재적으로 ‘외로운 늑대(lonely wolf·자생적 테러리스트)’ 형태로 테러 인프라가 구축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알누스라 전선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로 이슬람국가(IS)와 동맹 관계다. 현 IS 지도자인 알 바그다디의 지시로 2011년 설립돼 2013년 1만여 명 규모로 독립했다. 2014년 미 국무부는 알누스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민간인 살해, 유엔 평화유지군 납치 등을 저질렀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홍정수 기자
#is#외로운늑대#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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