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판로 열어준 대기업 사례 들며 “상생 모델 많아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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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대기업 총수와 간담회]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 17명과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만난 것은 올해 2월에 이어 5개월 만이다. 2월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지원을 당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에 앞서 2013년 8월에는 10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 선도적 투자를 요청했다. 24일 대기업 총수와의 세 번째 만남은 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경제 활성화 정책인 창조경제의 외형이 10개월 만에 갖춰졌다. 지난해 9월 대구를 시작으로 이달 22일 인천까지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들어선 것. 기반이 마련된 만큼 이제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혁신센터를 책임진 대기업들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임기 반환점(8월 25일)을 앞두고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다. 최근 박 대통령이 ‘8·15광복절 특사’ 카드를 꺼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3시간 동안 이어진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박 대통령의 경제 활성화 요청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 “창조경제는 미래를 위한 씨앗”


박 대통령은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공 사례를 들은 뒤 “대전, 대구센터 등에서 혁신센터와 지원기업 간 협업을 통해 보육 기업이 빠르게 사업화에 성공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7.5%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혁신 없이는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지원기업은 벤처기업과 아이디어나 기술 협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벤처기업은 성공신화를 쓰는 상생 모델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상생 발전을 주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소가 몸을 비비려 해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인재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것이 사장돼 버리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이제 구축이 완료된 혁신센터는 미래를 위한 씨앗이며, 이것을 잘 키워서 활용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어떤 선진국도 완전히 달성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목표”라며 “민간과 정부가 역량을 결집해 만든 혁신센터를 통해 꼭 달성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별 주문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최근 경남의 한 회사가 경남센터를 통해 부산센터를 지원하는 롯데와 연결돼 판로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창업·중소기업들에 가장 절실한 것이 바로 판로 확보다. 롯데나 GS 등 유통 분야에 강점이 있는 기업들이 이런 점을 해소해 준다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창조융합벨트를 지원하고 있는 CJ에는 “한류콘서트를 개최할 때 중소기업들과 함께 나가서 판로를 지원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 대표 기업들은 창의적인 모바일 콘텐츠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 창조경제에 적극 화답한 기업들

이에 대기업 총수들은 한결같이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협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충북센터에 상주하는 LG 직원이 40여 개 기업에 대해 ‘찾아가는 기술진단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며 “K뷰티와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분야의 창업과 지역기업 성장을 위해 전사적인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20여 개 벤처 창업과 19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 스마트공장 40여 개 구축 등 성과를 소개하며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항센터를 만들지 않았다면 유망 기술들이 연구소 책상에서 없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현재 272개 기업에 대해 3600억 원을 들여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박 대통령의 권유로 부산센터를 찾은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한 뒤 “부산뿐 아니라 전국 혁신센터에서 발굴한 제품들의 유통 지원을 위해 노력할 테니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유망 창업기업의 경우 해외 진출을 위해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나 한류문화 축제인 ‘케이콘(KCON)’ 등 CJ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세기 전 새마을운동으로 가난을 극복했듯이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방법이 창조경제라고 확신한다”며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 정부도 모든 자원과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말 ‘창조경제 혁신 페스티벌’을 열어 창업 붐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또 연말에는 창조경제의 성과를 집대성한 ‘창조경제 박람회’를 열 예정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대기업#상생#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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