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한국인 IMO 사무총장 시대… 해양강국 위상 강화 기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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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지난달 30일은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으로 우리나라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선출된 가슴 벅찬 날이었다. IMO 사무총장은 해사 안전과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 기술기준과 안전규범을 총괄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의 수장으로서 조선과 해운 분야에서 영향력이 매우 높은 자리이다. 이처럼 중요한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한국인이 배출된 것은 후보자의 우수한 자질과 정부의 치밀한 상황 분석, 외교력 및 선거 전략이 빚어낸 승리인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33년간 IMO 정책이 우리나라 조선 해운 등 연관 산업에 미친 경제적 효과가 153조 원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의 해양산업계가 IMO에서 만드는 국제규범과 기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각국은 자국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기술이 IMO의 국제기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례로 배가 항해할 때 중심을 잡아주기 위해 선박 탱크에 채우는 바닷물인 선박평형수와 관련된 국제기준이 있다. 최근 외래종 유입에 따른 생태계 파괴에 대한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다. 해양생물의 경우에는 외래종이 국내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가 바로 이 선박평형수이다. 2004년에 IMO에서는 외래 해양생물 유입에 따른 피해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선박평형수 속의 생물을 제거하는 기준을 담은 ‘선박평형수 국제협약’을 제정하였다.

해수부는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수주물량의 약 55%(1조5000억 원)를 점유하면서 세계시장 선점에 성공하였다. 협약 발효로 선박평형수 처리시설이 강제되면 약 40조 원 규모의 새로운 세계시장이 열린다 하니 세계 해양산업계에 IMO의 규범이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한 것이다.

IMO 사무총장은 해사 안전 및 해양환경 분야의 새로운 규범을 도입할 때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국가로, 임기택 사무총장이 양자 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바다의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고민도 필요하다. 해수부는 IMO가 추진하는 저개발 국가들의 역량강화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개도국들에 우리의 발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해양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공고히 할 것이다. 이를 위해 IMO 사무총장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중 하나로 런던 현지에 IMO 대표부를 조속히 설치하여 우리의 대응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온 국민이 마음을 다해 임 총장의 세계 해양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 젊은이들이 바다로, 세계로 진출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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