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감, 2015년 예산 편성 거부에… 정부 “교부금 증액 없다” 선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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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핑퐁게임
기재부 “교육청 사업 줄여 해결” 압박… 교육감들 “지원없으면 중단 불가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부금 증액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부금 증액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최근 재정 파탄을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겠다고 밝히자 이번에는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대한 교부금 증액은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최 장관은 “누리과정은 2012년 여야 합의를 거쳐 법과 제도를 만들어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교육감들의 예산 편성 거부 성명에 대해 “하기 싫다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황 장관은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누리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시도교육청에 주는 교부금 총액은 늘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교부금 비율은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임의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지방교육사무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 재정이 투입된다. 내년 누리과정에 드는 비용은 총 3조9284억 원. 올해까지는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의 70%를 부담했지만 내년에는 부담률이 100%로 늘어난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줄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지방교육 여건이 어려울 땐 가장 먼저 교육청 지출 중 불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고 구조조정할 재량지출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 발표에 대해 전국 시도교육청은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도 방도가 없다”며 “누리과정 예산이 결국 빠지게 된다면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대승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정부가 누리과정에 예산이 얼마나 들지 추계를 잘못해서 생긴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시도교육청 예산 중 약 70%는 인건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경직성 경비다. 박 사무국장은 “나머지 30%로 공약 이행과 제반 여러 가지 사업을 하는 셈인데, 그 30% 중 누리과정이 차지하는 지출이 많으면 절반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도교육청이 교육감 공약사항으로 추진 중인 혁신학교 확대나 무상급식 사업 예산을 줄여가면서까지 박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만약 정부와 교육청 간에 끝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교육감들이 누리과정을 뺀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해도 정부가 이를 제재하거나 강제로 예산을 편성하게 할 방법은 없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될 경우 정부로서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먼저 예산을 편성하고, 정부가 추후에 지방채를 인수해 부담을 덜어주는 식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 누리과정 ::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어린이들의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 보장을 위해 2012년부터 국가가 공통으로 시행하도록 만든 표준 교육 내용.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나이에 따라 교육비 중 일정액을 정부로부터 지급받는다.

이은택 기자nabi@donga.com
#시도교육감#누리과정#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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