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국회 상임위의 두 얼굴 -甲중의 甲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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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상임위

“국회의원은 국회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국회의 공전 상태가 계속되던 9월 중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국회를 등지고 거리로 나가는 야당 의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문 위원장이 강조한 ‘국회’는 법안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국회 상임위원회 무대를 가리킨다. 국회의원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의하고 정부 정책의 적절성을 따져 나갈 때 비로소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는 얘기다. 실제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8할 정도는 상임위에서 이뤄진다. 상임위에서 좋은 활약을 벌이면 당장 당내에서 ‘능력 있는 의원’으로 인정받는다. 지역 주민에게 자신을 알리는 데 지역구 예산 확보와 상임위 활동만큼 유용한 것은 없다.

상임위의 힘은 특히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기간에 극대화된다. 국회는 7일부터 시작된 2014년도 국정감사에 사상 최대인 672곳을 국정감사 대상기관으로 선정했다. 국감을 앞두고 야당이 재벌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려 하자 각 기업에선 ‘회장님의 출석’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그러다 보니 기업과 정부기관들의 로비는 상임위에 집중되고 있다.

대학에서 학과별 인기가 뚜렷하게 갈리듯 상임위 선택에서도 의원들의 선호가 엇갈리곤 한다. 힘 있고 지역구 사업에 도움이 되는 상임위에 의원들의 지원이 몰리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알짜’ 상임위를 차지하려는 의원들과 균형 있게 상임위를 배분해야 하는 원내지도부 사이에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각 행정부처와 사법기관, 그리고 기업들의 ‘갑(甲)’으로 불리는 국회 상임위의 모든 것을 꼼꼼하게 따져봤다.

▼ “위원장님 심기 살펴라” 장관들 문턱 닳도록 찾아다녀 ▼

위원장이 회의 안열면 입법 스톱… 月700만원 수당에 예산 배려도
건설경기 침체 국토위 인기 시들… 산하기관 많은 교문위로 몰려
“빛 안난다” 환노위 배정 손사래


국회 상임위원회의 힘은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기간에 극대화된다. 각 부처의 공무원들도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면 국회에 총출동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농어촌공사 및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 직원들이 의원들의 질의에 대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국회 상임위원회의 힘은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기간에 극대화된다. 각 부처의 공무원들도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면 국회에 총출동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농어촌공사 및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 직원들이 의원들의 질의에 대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갑(甲) 중의 갑’으로 꼽힌다. 국회법 제49조에 규정된 상임위원장의 역할은 △위원회 질서를 유지하고 △의사일정을 여야 간사들과 협의해 결정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 상임위원장이 갖는 권한은 이보다 막강하다. 각 정부 부처들이 추진하는 핵심사업의 운명도 사실상 상임위원장에게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 상임위원장이 법 개정을 위한 회의를 열지 않으면 사업은 그대로 무산된다. 그러다 보니 각 부처 장관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임위원장실을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닌다.

규정보다 막강한 권한


상임위원장에게는 국회 본청 내에 별도의 사무실이 주어진다. 전문위원 등 국회 공무원도 배정된다. 월 700만∼800만 원의 수당이 지급되는 등 부수입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예산 배정에 있어 이점이 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상임위원장의 지역구 사업을 특별 배려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동안 상임위원장 자리는 관례적으로 2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교섭단체들이 나눠 맡았다. 현재 18개 상임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포함) 중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몫은 각각 10개와 8개다. 각 당의 원내지도부가 사전 협상을 거쳐 상임위원장 자리를 적절히 배분하면 의원총회에서 이를 추인한다.

당내에서 상임위원장이 정해지면 국회 본회의 투표란 형식적 절차를 거친다. 국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3선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초·재선 의원이 상임위 간사를 맡는다”며 “중진 의원들끼리 상임위원장 경쟁을 하면 연장자나 지역적 연고 등이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상임위원장을 둘러싼 당내 경쟁이 더 치열하다. 4월 29일 19대 전반기 국회가 끝나자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19대 하반기 원 구성 협상에 앞서 자신의 몫으로 할당된 상임위원장을 내정하기 위한 내부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복수의 의원들이 마지막까지 팽팽히 맞서면서 조정에 진통을 겪었다.

지명이 아니라 경선하는 시대

새누리당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과 정무위원장 내정에 있어 의원들의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이례적으로 의총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경선을 실시했다.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홍문종 의원이 출석의원 134명 가운데 71명의 표를 받아 63표를 얻은 진영 의원을 따돌리고 미방위원장 후보로 확정됐다. 정우택 의원 역시 83표로, 51표에 그친 김재경 의원을 앞서 정무위원장 후보로 확정됐다.

새정치연합은 비록 경선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2년의 상임위원장 임기를 의원들이 1년씩 나눠서 맡는 절충안을 택했다. 이에 따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설훈 의원이 먼저 1년을 맡은 뒤 박주선 의원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또한 정확한 상임위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상임위원장 중 한 명이 1년만 활동하고 나머지 1년 임기를 노영민 의원에게 양보할 예정이다. 그간 노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희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김동철 의원의 후임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 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정 작업이 일단락되면 원내지도부는 자당 소속 의원들을 각 상임위에 배정한다. 새누리당 원내행정실 관계자는 “의원들로부터 사전에 희망 상임위를 신청 받아 1차적으로 선호 상임위를 파악한다”며 “원내대표가 원내수석부대표와 논의해 의원들의 경력, 전문성, 지역 특수성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인기 상임위는 국토위·교문위

국회사무처 등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운영위원회는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대표단으로 구성된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 자신의 경력과 전문성이 고려돼 의원이 된 만큼 상임위 배치가 명확하다. 원내지도부와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반면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소수의 특정 상임위에 몰리는 탓에 원내대표는 골머리를 앓는다. 당직을 맡거나 다선인 중진 의원들은 인기 상임위를 관례적으로 양보하지만, 그래도 자리에 비해 지원하는 의원들이 넘치는 실정이다. 원내대표나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서 이해를 구하느라 진땀을 빼곤 한다.

과거에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확보해 지역구의 주민 숙원 사업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국토교통위원회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SOC 예산이 줄어들자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많다.

최근 들어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의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교문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2개의 부처를 맡고 있다 보니 산하에 있는 기관들이나 추진 중인 사업들이 많다”며 “의원들이 장관이나 관련 기관에 지역 관련 민원을 넣는 경우도 다른 상임위들보다 월등히 많다”고 귀띔했다. 일례로 교육부는 장관의 재량권이 많은 ‘교육재정교부금’을 갖고 있다.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교부금을 확보해 지역구에 있는 학교 시설 개선에 활용하는 데 용이하다. 문화부 역시 작은 도서관 설치, 문화예술회관, 학교 체육시설 설치 등 지역주민들이 선호하는 사업들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 특성도 의원들이 상임위를 선택하는 데 중요 기준이 된다. 농어촌이 지역구인 의원들은 농림해양수산위원회를 선호하는 반면, 기업체와 공단이 많은 지역구 의원들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선호하는 식이다. 그 밖에 금융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그리고 ‘재벌들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정무위원회도 인기 상임위로 꼽힌다.

반면 환경노동위원회는 시민단체에서 환경 및 노동 운동가로 활약한 이들이 주로 참여한다. 한 여당 의원은 “재벌들은 노동과 환경 문제를 다루는 환노위를 어려워하지만 막상 의원들은 고생만 하고 빛은 안 난다고 생각해서인지 별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대 정권 상임위에서 이런 일이…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법 통과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통과(2013년 7월 2일)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를 강화하는 법안 등 ‘경제민주화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

이명박 정부: 한미 FTA 비준동의안 둘러싼 폭력 국회

18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

(2008년 12월 18일)

=당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상정해 비준동의 절차를 시작하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및 보좌진이 공사장 해머와 전기톱, 소방호스 등을 동원해 외통위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며 물리적 충돌.

노무현 정부: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통과16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통과


(2003년 12월 8일)

=노무현 전 대통령 공약인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2003년 12월 1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으로 수정돼 17대 국회인 2006년 12월 1일 본회의 통과.

김대중 정부: 공직자 인사청문회 실시를 위한 인사청문회법 통과

16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법안 통과(2000년 6월 19일)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주도로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을 대상으로 하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해 통과시킴. 이후 2003년 법 개정을 통해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이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됨.

김영삼 정부: 금융실명제 실시

14대 국회 재무위원회에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승인의 건 통과(1993년 8월 18일)

=불법 자금을 은닉하거나 세탁하려는 목적의 차명계좌 개설이 전면 금지되고 모든 금융거래를 금융거래 당사자 본인의 이름으로 하도록 도입한 제도.

국회 상임위의 두 얼굴 - 의정의 꽃

▼ 한손엔 법, 한손엔 예산… 한국을 움직이는 18개 바퀴 ▼

국정을 좌지우지할 주요 현안을 결정하고 법안을 만드는 곳이 바로 상임위다. 상임위는 각종 법안의 1차 관문 역할도 한다. 국회의 한 상임위 자료실 자료함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쌓여 있다. 동아일보DB
국정을 좌지우지할 주요 현안을 결정하고 법안을 만드는 곳이 바로 상임위다. 상임위는 각종 법안의 1차 관문 역할도 한다. 국회의 한 상임위 자료실 자료함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쌓여 있다. 동아일보DB
“법안 내용 한 줄에 운명 달라져”… 기업 관계자 공무원 국회 출퇴근
의원들은 예결위 들어가기 경쟁… 보좌관, 입법-예산 보이지 않는 손
석-박사에 변호사 회계사 출신도


‘국회 상임위원회가 대한민국을 움직인다.’

굵직굵직한 주요 현안을 결정하고 법안을 만드는 곳이 바로 국회 상임위원회다. 국회 본회의에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법안 등이 의결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법안이 만들어지고 본회의로 올라가는 과정은 모두 상임위에서 시작된다. 국회 의정활동의 뿌리가 바로 상임위인 셈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자다. 국회의원이 갖는 법률제정권, 예산심의권, 국정통제권은 상임위에서 행사된다. 그러다 보니 2개의 특별위원회를 포함한 18개 상임위는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를 사실상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열한 입법 전쟁이 펼쳐지는 상임위

상임위 의정 활동의 기본은 법을 만드는 입법(立法)이다. 정부 부처와 민간 기업들은 입법 과정에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소관 상임위원들에게 눈도장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대기업들이 ‘대관(對官)’ 업무 담당자를 따로 두고 국회에 상주시키다시피 하는 것도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국내 통신사 대관업무 담당 부장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때문에 올해 초부터 5월까지는 거의 매일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했다”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 24명의 의원실을 하나하나 돌면서 설명하다 보니 거의 녹음기처럼 줄줄 말이 나올 정도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나중에 기억을 해 준다”고 털어놨다.

19대 후반기 국회에서도 경제,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입법이 예고돼 있어 여야 간에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관련해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여야 간 기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벌써부터 국토위 의원들의 동향을 살피며 정부 안이 얼마나 관철될 수 있을지 눈치를 보고 있다. 국토위 소속 A 의원실 보좌관은 “입법에 한 줄이라도 이해관계가 반영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부처 태도가 확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대관 업무 담당자들은 수시로 진행상황을 확인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회에서 관행화되어온 ‘대리 입법’도 문제다. 세세한 입법 내용은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을 통하는 것이다. 의원입법은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법안을 발의할 수 있고 입법예고나 심의를 받을 의무가 없다 보니 법안 통과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의원들도 큰 고민 없이 입법 실적을 올릴 수 있다 보니 큰 쟁점이 있지 않은 이상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셈이다.

정부 예산 쥐락펴락하는 상임위

상임위의 다른 막강한 권한은 바로 예산심의권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예산 심의에 돌입한다. 특별위원회를 제외한 16개 소관 상임위에서 예비 심사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표결을 거치기까지 상임위에서는 치열한 예산 확보 전쟁이 펼쳐진다.

법제사법위원회 등 지역구 예산 현안과 동떨어진 상임위에 배정된 의원들은 기를 쓰고 예결특위에 들어가려고 애쓴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지난해 예결특위에 들어가 지역구 예산을 톡톡히 챙겼다.

지난해만 해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은 상임위에서 선심성 예산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상임위 차원에서만 증액을 요청한 사업이 1700건이 넘어 증액 규모가 11조 원에 육박했을 정도였다. 이에 반해 상임위에서 삭감한 금액은 1조5000억 원에 불과했다. 결국 최종 심의 과정에서 국회는 정부안보다 5조4000억 원을 줄이고 3조5000억 원을 늘려 애초 정부안보다 1조9000억 원가량이 줄어든 355조8000억 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을 편성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국회에서 지역구 예산 수백억 원이 왔다갔다 하다 보니 자신의 사업 예산이 삭감될지도 모르는 해당 기관 관계자들은 속이 타들어간다고 한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지역구에 도로를 새로 내거나 전철을 만들겠다고 정부 예산을 수백억 원씩 줄일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 보좌관

사실 모든 상임위 활동이 국회의원의 머릿속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다. 특히 국회에 처음 등원한 초선 의원들은 업무 파악하랴, 지역구 행사 챙기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경험이 많은 ‘베테랑 보좌관’에게 기대어 의정 활동을 펼치는 의원이 부지기수다. 특히 ‘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나 예산 심의 과정에서는 보좌관들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그러다 보니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기업 담당자들은 ‘보좌관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과거에는 이들을 상대로 ‘갑(甲)질’하는 보좌관도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괜한 구설에 오를까 봐 업무적 관계 외에는 엮이지 않으려는 분위기라 예전보다는 접대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국회 근무 경력이 10년이 넘은 보좌관은 “요새는 괜한 꼬투리라도 하나 잡히면 바로 투서가 돌기도 한다”며 “제대로 일하려면 철저히 공과 사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정무형’ 보좌관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전문성을 갖춘 보좌관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석·박사 출신은 기본이고 변호사 노무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보좌관이 3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1인 다역을 요구하는 보좌관 자리에서 한 분야만 파고들 순 없지만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상임위에 포진되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자격증을 가진 한 보좌관은 “과거에는 국회의원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정책과 입법 실무를 담당하는 보좌진은 공개 채용하는 추세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강경석 기자
#상임위#국회#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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