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기부한 안랩 186만주중 현물-신탁이 각 50만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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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빠져 평가액 500억 이상 뚝
재산공개 계기 약속이행 살펴보니…

“제가 가진 안철수연구소(안랩) 지분의 절반을 사회를 위해서 쓸 생각입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11년 11월 안랩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밝힌 내용이다. 안 대표의 이 같은 기부 약속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된 뒤 그의 재산 명세가 공개되면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20일 정치권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였던 안랩의 주가 거품이 꺼지면서 안 대표의 재산은 물론이고 그가 기부한 재산의 가치도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 대표는 2012년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을 만든 뒤 이곳에 자신의 안랩 주식 372만 주 중 절반인 186만 주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86만 주(안랩 전체 주식의 8.6%)는 시장에서 팔아 모두 722억 원(양도소득세 제외)을 냈고, 50만 주(5.0%)는 주식 형태로 재단에 기부했다. 그러나 나머지 50만 주는 안 대표 자신이 소유한 채 증권사와 신탁계약을 맺고 운용 수익금만 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그라미재단이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은 특정 기업의 지분을 5% 이하로 출연 받을 경우에만 증여세를 면제받지만 재단이 공익성을 제대로 유지해 성실법인으로 지정되면 이 한도가 10%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각종 세 부담을 덜기 위해 100만 주를 현물 기부한 것 자체가 재단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말 15만 원까지 올랐던 안랩의 주가는 안 대표가 대선 후보를 사퇴한 직후 3만5000원까지 급락했다가 안 대표가 재·보선에 출마하면서 다시 8만 원대까지 올랐다.

안랩 주가는 최근 들어 다시 5만 원대 초반(28일 종가 기준 5만250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안 대표가 현물 및 신탁으로 기부한 주식 100만 주의 가치도 그가 86만 주를 현금화한 2012년 초 당시보다 500억 원 이상이나 줄었다.

동그라미재단의 운영에 대해서도 개선할 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그라미재단이 지난해 쓴 총 비용은 약 17억8000만 원으로 이 중 공익사업에 11억8000만 원, 재단 운영비로 5억8000만 원가량을 각각 썼다. 전체 지출 중 직원 급여 등 운영비로만 32%를 쓴 것이다. 다른 공익재단은 운영비용을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이 보통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일부 공익재단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BMW코리아미래재단이나 아산나눔재단 등의 운영비 비중은 20% 안팎이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작년은 동그라미재단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급여나 사무실 임차료 등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신탁한 주식 50만 주는 재단이 성실법인으로 지정되면 소유권을 재단으로 완전히 이전할 계획”이라며 “안 대표가 지난 대선 출마 당시 대통령이 되면 나머지 안랩 지분 절반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약속도 거둬들인 바 없다”고 말했다.

이원주 takeoff@donga.com·황승택 기자
#안철수#안랩#안철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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