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출마결심은 ‘박원순과 악연’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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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대법관 발탁 놓고 경쟁… 김황식 낙점
2007년 金대법관, 朴 상지대 이사직 박탈 판결
2011년 朴시장 “무상급식 지원” 金총리 압박

박원순
14일 귀국해 서울시장 출사표를 낸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얽힌 ‘질긴 인연’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전 총리(66·사법시험 14회)와 박 시장(58·사시 22회)은 엘리트 법관과 재야 변호사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두 사람이 처음 부딪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월, 변재승 대법관의 후임 인선에서였다. 법원 내부에선 광주지법원장이던 김 전 총리가 물망에 올랐고, 외부에선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이던 박 시장이 추천을 받았지만 두 사람 모두 대법관에 임명되지 못했다. 같은 해 10월 퇴임한 유지담 윤재식 이용우 대법관의 후임 인선 때도 두 사람은 후보로 거론됐다. 법원행정처 차장이던 김 전 총리는 대법관이 됐지만, 박 시장은 다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김 전 총리가 대법관이던 시절 두 사람의 악연은 계속됐다. 김 전 총리는 교육계 최대 이슈였던 ‘상지대 임시이사’ 사건의 주심이었고, 박 시장은 당시 상지대 정(식)이사였다. 노무현 정부가 임명한 임시이사들이 박 시장 등을 상지대 정(식)이사로 임명한 것이 정당한지 가리는 사건이었다. 2007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임시이사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어서 무효”라고 선고했고, 이로 인해 박 시장은 이사 자격을 잃었다.

4년이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두 사람은 간접적으로 대치했다. 김 전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권 단일후보였던 박 시장의 병역 기피, 대기업 강제 모금 의혹을 제기하는 여당 의원들의 질문에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즉각 “선거 중립을 해친다”며 비판했다. 박 시장의 대북관을 묻는 질문에는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언급은 적절치 않다”며 피해 갔지만 두 사람의 대북관은 대조적이었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관훈토론회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자극한 우리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김 전 총리는 비슷한 시기에 열린 연평도 포격 사건 전사자 1주기 추모식에서 우산을 쓰지 않은 채 40여 분간 비를 맞으며 전사자들을 기렸다.

당시 여권 일각에선 서울시장 후보에 김황식 카드가 거론되긴 했지만 김 전 총리는 손사래를 쳤다. 서울시장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으로 정리되면서 두 사람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인 2011년 11월 국무회의의 주재자와 고정 참석자로 다시 만났다. 박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종종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시정을 제대로 펼치기 어렵다”며 무상보육 확대 등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구했다.

김 전 총리는 출마를 권유하는 여권 인사들에게 “출마한다면 박 시장 같은 사람의 재선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김 전 총리는 박 시장과 여러 차례 얽히면서 나름의 평가를 내렸고, 그것이 출마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황식#박원순#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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