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30대男 “1등으로 투표하겠다” 텐트 치고 밤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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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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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개표 이모저모

한 표 한 표 신중하게 19일 오후 7시 반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제18대 대통령 선거 및 서울특별시교육감 재선거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신중하게 후보별 득표 상황을 집계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 표 한 표 신중하게 19일 오후 7시 반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제18대 대통령 선거 및 서울특별시교육감 재선거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신중하게 후보별 득표 상황을 집계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열망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19일 오전 1시 반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 앞에는 텐트 하나가 설치됐다. 텐트의 주인은 김선진 씨(35). 고무매트 침낭 이동식 난로까지 가져온 그는 “전국에서 1등으로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 앞에서 노숙했다”라며 “대부분의 선거에서 젊은이들은 늦게 오거나 아예 투표를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층의 한 사람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노인들의 투표 열기도 젊은이 못지않았다. 경기 시흥시 정왕3동에 사는 홍연이 할머니(109)는 오후 2시 40분경 정왕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들도 기꺼이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며칠 전 빙판길에서 넘어져 머리와 다리, 손목을 많이 다쳐 서울 광진구 자양동 혜민병원에 입원 중인 임모 씨(52·여)는 이날 오전 광진소방서 대원들의 도움으로 광진초교에 마련된 구의2동 제2투표소를 찾았다. 오후 1시 55분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단독주택에 사는 한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구급대가 출동해 투표소까지 안내했다.

탈북 청년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인 경기 안성시 한겨레고등학교 학생 중 투표권이 있는 2, 3학년생 14명(19∼22세)은 이날 오전 인솔 교사들과 함께 인근 광선초교에서 투표했다. 이 학교 곽종문 교장(55)은 “대부분 남한에서 처음 행사한 투표권이다”라며 “모두 자신의 판단에 따라 대통령을 뽑았다는 생각에 무척 들뜬 표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투표를 하고 ‘인증샷’을 남겼다. 김복동(87), 이순덕(95), 길원옥(85)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고령에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제4투표소를 찾았다. 김 할머니와 이 할머니는 건강상의 이유로 선관위와의 협의하에 같이 온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49) 등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갔다. 투표를 마친 김 할머니는 “이제 일본 대사관 앞으로 1053차 수요시위를 하러 간다”라고 했다.

그러나 투표소에 유권자가 몰리면서 마찰을 빚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 40분경 경기 오산시 수청초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취객 1명이 “투표 대기 시간이 길다”라며 투표함을 뒤집어엎는 등 소란을 피우다 인근에 있던 경찰관에게 제지당했다.

전북 익산 모현초교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 지연에 따른 불만을 쏟아 내자 선관위가 오후 3시가 넘어 기표 부스 3개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부산을 떨기도 했다. 이 투표소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가 몰렸지만 기표 부스 부족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유권자들이 20∼30분씩 교실 밖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경남 사천에서는 박모 씨(여·39)가 두 번 투표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선거인 명부 확정 후 이사를 한 박 씨가 착각을 해 이사 전 주소 투표지에서 투표를 한 것. 박 씨는 투표소 직원이 동명이인과 착각해 투표지를 주자 투표를 마쳤다. 박 씨는 이후 아무 생각 없이 남편과 함께 이사 후 주소지 투표소에 가서 다시 투표했다. 사천선관위는 박 씨 행위에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로 마무리했다.

김태웅·신광영 기자 pibak@donga.com
#대선#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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