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치 특검’에 불만… 대선 악영향 차단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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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기간 연장 거부 배경

“할 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편법 매입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는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이헌상 조사부장이 12일 청와대의 거부로 경호처를 압수수색하지 못하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로 돌아오는 도중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할 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편법 매입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는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이헌상 조사부장이 12일 청와대의 거부로 경호처를 압수수색하지 못하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로 돌아오는 도중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특검도 할 만큼 했고, 우리도 할 만큼 했다. 아무리 임기 말이지만 더이상 밀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내곡동 사저 터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이날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거부 사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필요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고 △청와대는 특검 수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했으며 △수사가 길어질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에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거부 결정 직후 브리핑에서 “51개 항목 206페이지에 달하는 경호처 기밀자료를 비롯해 제출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모두 (특검 조사에) 응했다”며 “사상 초유의 경호처 압수수색 요구도 (자료 제출을 통해 사실상)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수사결과 발표가 대선 기간 중에 이뤄지게 되어 발표 내용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특검 수사 행태에 대한 청와대의 누적된 불만에 있다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동안 특검팀이 대통령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 방침을 공개한 것을 놓고 “예상은 했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왔다.

최 수석이 이날 “특정 정당에 의해 추천되고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수사가 이뤄져 ‘정치 특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재의 요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특검법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기 말 최소한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과 일가에 대한 추가 수사는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한몫 했다. 최 수석은 “법으로 엄격하게 유출이 금지된 수사 내용이 언론에 상세하게 공개되고 과장된 내용이 해외 언론에까지 보도돼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주는 등 국격에도 큰 손상이 빚어졌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의 결정에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특검팀이 그동안 대통령 아들을 비롯한 관련자에 대해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통화기록 조회를 한 만큼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본다”며 “청와대도 충분한 소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광범 특검을 추천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캠프 대변인은 “대통령 일가의 비리가 줄줄이 드러나는 마당에 이 대통령이 특검 기한 연장을 거부한 것은 의혹을 철저히 밝히라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이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 새누리당이 합작해 사저 터 의혹사건의 진상 규명을 막고 있다”며 “특검 연장을 거부하라고 이 대통령에게 주문한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이후 진상 은폐와 관련해 공동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내곡동특검#수사기간연장#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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