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악마는 디테일에”… 安측 “언론플레이 불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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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화협상 시작부터 마찰음… 文, 4단계 로드맵 제시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룰 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문 후보는 8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전국지역위원장 회의에서 ‘새정치공동선언 발표→두 후보 각자의 정책 발표→공유하는 가치와 정책 제시→단일화 방식 제시’라는 ‘단일화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것들이 적절한 간격 속에 잘 이뤄져 나가면 단일화 국면 내내 국민의 관심을 우리 쪽에 묶어두면서 누가 주인공이 되든 성과를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양측 치열한 신경전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해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안 후보에게) 과감히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늘 말하는 ‘통 큰 정치’다. 하지만 “얼굴은 웃되 경쟁은 치열하게 해야 한다”는 말로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때 민주당 내에선 룰과 관련해 문 후보가 통 크게 양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캠프 핵심 관계자는 “다른 건 양보해도 룰은 양보 못 한다”고 잘라 말했다. 문 후보 역시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며 협상의 총론에선 양보하더라도 각론에선 꼼꼼히 따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단일화에 대한 민주당의 기본 전략도 드러났다. 문 캠프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경쟁의 기본구도는 ‘안정적인 변화와 쇄신’ 대(對) ‘불안한 변화’”라고 밝혔다. 국정운영 경험을 갖춘 문 후보는 정당의 기반 위에서 안정적인 정치쇄신을 해 나갈 수 있는 반면 검증되지 않고 정당의 뒷받침이 없는 안 후보가 얘기하는 변화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것.

안 후보 측은 “안 후보가 회동에서 신당 창당 얘기를 했다” “안 후보가 단일후보를 문 후보에게 양보하고 차기에 도전할 것이다”라는 말이 민주당 인사 이름으로 인용 보도되자 “민주당의 언론플레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캠프 유민영 대변인은 8일 “왜곡된 정보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것은 합의 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광희 비서실장도 사흘 연속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양보설’은 지지층의 동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부분이다. 신당 창당설은 “과거 민주당을 분열시킨 열린우리당처럼 안 후보가 신당으로 민주당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설명이 더해지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안 캠프 관계자는 “호남에서의 친노(친노무현) 트라우마를 역으로 안 후보에게 덮어씌우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 가라앉지 않는 신당설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8일 두 후보를 향해 하루빨리 단일 정당을 창당하라고 촉구했다. 문 캠프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든, 그리고 단일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대선이 끝나면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민연대’의 범위와 관련해 이목희 본부장은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 더 나아가 진보정의당, 노동계, 시민사회 등 이명박 정권의 연장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도 이날 “민주당이 더 크게 넓어져야 한다”고 말해 안철수 세력을 포함한 신당 창당까지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진성준 대변인은 “세력 통합, 국민 통합을 의미하는 원론적인 얘기”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안 후보도 7일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국민들이 동의해 주시면”이란 전제를 깔긴 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캠프 내에선 “신당 창당론을 적절한 시기에 제시한다면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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