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보다 부실한 대통령 후보 검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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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홈페이지에 공개된 학력, 경력 외에 재산, 납세실적 등에 대한 공식 자료가 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경우 4·11총선 후보등록 때와 이후 재산 공개를 통해 기본 자료는 공개돼 있지만 박 후보는 국회에 들어온 1998년 이전,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고위공직자가 된 2003년 이전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대통령 후보들이 사실상 ‘검증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무위원들의 경우 인선 및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탈세, 병역 문제 등으로 배제되거나 낙마하는 사례가 숱하게 많다는 점에서 “대통령보다 장관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장관이 되려면 4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 청와대는 후보자 내정에 앞서 200개가량의 질문이 담긴 검증 설문지를 통해 도덕성에 하자가 없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내정 이후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서 증빙서류로 직업 학력 경력 사항, 병역신고사항, 재산신고사항, 최근 5년간 소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의 납부 및 체납 실적, 범죄경력 등을 제출한다. 이어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개회 5일 전까지 청문위원들로부터 받은 서면질의서에 대해 청문회 개회 48시간 전까지 답변해야 한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각종 국가기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끝으로 최대 3일 동안 소관 상임위나 인사청문특위가 청문회를 진행한다.

대선후보의 기본 자료는 선거일 24일 전, 즉 11월 25일 후보등록을 할 때가 돼야 공개된다. 예비후보 등록(선거일 240일 전부터) 때 후보자들이 주민등록초본과 가족관계증명서, 전과기록증명서, 학력증명서를 제출하지만 이는 공개되지 않는다.
▼ 재산형성 과정은 알수도 없어 ▼

청문회 같은 공식 검증 과정이 없는 상황에서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검증에 나서고는 있지만 공개자료가 매우 부실한 수준이다. 현 재산과 주소만 공개하기 때문에 재산 형성 과정이나 위장 전입 여부 등을 추적할 방법이 없다. 박 후보의 성북동 삼성동 주택 매입 자금이나 문 후보의 제주도 땅 투기 의혹, 안 후보 모친의 재개발아파트 ‘딱지’ 매입과 관련한 증여세 탈루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한 부동산 거래명세나 임대소득세를 포함한 납세기록 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범죄기록도 선거법은 ‘금고 이상’(선거법 위반은 100만 원 이상 벌금형)만 공개하도록 돼 있다.

유권자들이 대선후보들의 도덕성이나 국정운영 능력을 비교할 수 있는 장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선거방송토론회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선거운동 기간 세 차례에 불과하다. 최대 3일 동안 청문회를 통해 검증을 받는 장관과 달리 대선후보 검증은 기껏해야 6시간 토론뿐인 셈이다. 선거일 1년 전부터 언론기관이 토론회를 주최할 수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후보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미국 대선후보들의 방송토론은 양자대결로 진행되기 때문에 토론회의 집중력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송토론의 경우 대선후보가 여러 명인 데다 군소후보도 소속 정당 의석수(5석 이상) 등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참석하기 때문에 산만하게 진행된다. 12월 예정된 토론회에는 유력 후보 3인 외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이 토론회 참석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지대 윤종빈 교수는 “예를 들면 언론이나 중립기관이 질의서를 200개 정도 내놓고 모든 후보가 답변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등 객관적인 검증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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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안철수#재산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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