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無野大’ 무소속 대통령 되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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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 여소야대로 출범부터 삐걱… MB정부 여대야소에도 FTA비준 허덕

“무소속으로 시장, 도지사도 하기 힘들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결국 정당(현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는데 여당 없이 무소속으로 대통령 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

24일로 대통령 선거를 56일 남기고도 끄떡없는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지지율 강세로 최초의 무소속 대통령 탄생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안 후보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신당설’이 확산되는 이유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대선 후 신당 창당을 검토 중”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무소속 대통령론’이라는 게 국민 보기에 답답하니까 ‘우리도 이런 준비를 하고 있다’는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무소속 후보로 대선에서 이기는 것보다 무소속 대통령 직을 수행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국회에 확실한 ‘우군’이 없는 순수 무소속 대통령은 취임이 아니라 당선 직후부터 어려움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부터 소속 정당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 22명 중 8명이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인수위 현역의원 배제 원칙’에 따라 25명의 인수위원 중 임채정 위원장 등 정치인은 3명밖에 없었다. 그러나 170여 명의 인수위 실무진 중 민주당에서 파견된 당직자가 70여 명이나 됐다. 정무적 감각을 갖고 현실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각종 실무를 담당할 인력을 기존 정당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취임 전에 해야 할 국무총리 임명 등 조각과 정부조직 개편도 국회와 원내 다수당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총리 및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요청하고 정부조직법안도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이 과정이 순탄치 않으면 새 정부는 출범부터 파행과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당시 130석의 국회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여소야대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한 여야 간 갈등으로 한승수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가 늦어져 결국 총리도 내각도 없이 2008년 2월 25일 ‘나 홀로’ 취임했다. 한 총리는 나흘 후에야 겨우 국회 동의를 받아 취임했다. 3월 3일 첫 국무회의도 이미 임기가 끝난 노무현 정부의 장관 3명을 ‘임대’해서야 겨우 열었다. 일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해 15명의 국무위원을 채우지 못해서였다. 1998년 김대중 정부도 김종필 총리가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해 한동안 총리 ‘서리’라는 꼬리표를 붙인 채 내각을 통괄해야 했다. 여소야대도 아닌 여무야대(與無野大) 국회의 무소속 대통령이 정부를 출범시키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출범 후에도 입법과 예산권을 쥔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면 대통령이 관철시키려는 국정 과제를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 180석 안팎의 여당과 함께했던 이명박 대통령조차도 야당의 반대를 뚫고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이 몸싸움 방지법 등 쟁점 법안은 과반수가 아닌 5분의 3 찬성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면서 여론과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를 압박하는 방법이 있지만,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1년을 버티기 힘든 것이 한국적 상황이다.

결국 대통령이 특정 정당에 입당하거나 손을 잡는 방법, 또는 정계개편을 통해 여당을 만드는 것 말고는 해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2016년 총선까지 임기가 한참 남은 의원들이 신당 참여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여당의 공천권까지 쥔 대통령이 당근과 채찍을 휘두르며 기존 정당에서 ‘의원 빼내기’를 하는 것도 이제는 불가능하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무소속#안철수 신당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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