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계리 핵실험장 새 갱도 붕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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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태풍에 산사태… 관측탑-기폭장치 기능상실
복구에 최소 한두달… 당분간 3차 핵실험 힘들 듯
정부, 복구에 쓰일까봐 수해지원 품목 제안때 중장비 제외

최근 한반도를 연달아 강타했던 태풍 볼라벤과 산바의 영향으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 갱도가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3차 핵실험을 준비하던 북한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정부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25일 외교 소식통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연이은 태풍이 몰고 온 거센 비바람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봤다. 인근의 산사태로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면서 핵실험을 위해 새로 굴착을 마친 지하갱도가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관측탑은 물론이고 지하의 다른 장비들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던 곳이다. 북한은 최근 이곳에서 기존 핵실험 갱도 2개 외에 새로운 갱도 굴착공사를 마무리했다. 일각에선 갱도 근처에 쌓인 토사 더미로 볼 때 갱도 안에 기폭장치와 핵물질을 넣은 뒤 이 토사로 되메우는 작업만 남겨 놓은 상태여서 언제든 최고지도부가 결단만 내리면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는 단계라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은 현재 중장비를 총동원해 무너진 갱도 복구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움직임을 파악한 정부는 대북 수해지원 품목에 중장비를 포함시킬 경우 이 장비가 핵실험장 복구에 사용될 개연성을 우려해 수해지원 제안 때 이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핵실험장 피해를 복구하는 데 최소 한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www.38north.org)’는 지난달 29일 촬영된 북한지역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기지에 건설 중이던 새로운 미사일 발사대 건설 공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는 “폭우와 홍수로 인한 수해 때문에 건설이 중단됐거나 중장비들이 심각한 홍수 피해를 본 다른 지역의 복구 작업에 동원됐을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2015년으로 예상됐던 새 발사단지의 완공 시점이 1, 2년가량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풍계리#핵실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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