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 살길 찾는 MB맨들… 대선자금 상자 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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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최시중 변호인도 언급… 책임 떠넘겨 혐의 최소화 포석
MB-靑에 서운함 표현 해석도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와 창업공신들이 검찰과 법정에서 ‘대선자금’을 잇따라 거론하고 있다. 권력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그 권력을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는 이슈를 던지고 있는 양상이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75·구속기소)의 변호인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6억 원이 대선 경선을 도와주려는 순수한 의도의 자금이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 전 위원장은 불법자금 수수 의혹이 처음 터져 나왔을 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이시티 측에서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해 “대선 여론조사 경비로 썼다”고 했다가 곧 발언을 취소했다.

한국갤럽 회장을 지낸 최 전 위원장은 2007년 경선 당시 별도 사무실에서 여론조사팀을 운영했는데 그 결과는 이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최 전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파이시티 측에서 받은 자금은 이 사무실 운영 과정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왕의 남자’로 불렸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직접적으로 대선자금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수사에 임하는 전략으로 대선자금 문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5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대선자금으로 받은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인하는 듯 고개를 두 번 끄덕이기도 했다.

이들이 ‘대선자금’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휘발성이 큰 사안을 건드려 여론의 관심을 돌리고 책임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파이시티 사업권 인허가 알선과 관련해 8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위원장은 ‘대가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 형량이 무거운 알선수재 혐의를 피하고 대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사건을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도 자신은 ‘저축은행 불법자금의 수혜자’가 아니라 ‘대선자금의 중개자’에 불과했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두 사람이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겨누자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서운함을 드러낸 경고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 당선을 위해 다걸기(올인)한 최 전 위원장이 정권 말 결국 구속되면서 여러 가지 회한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이들의 대선자금 주장이 본격적으로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불법자금의 사용처는 수사하겠지만 캠프 전체의 자금 흐름을 수사 대상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득 전 의원과 정 의원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함께 받았다는 3억 원을 유세단장이었던 권오을 전 의원이 받아 이 대통령 캠프 자금으로 썼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최근 권 전 의원을 소환해 조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 전 의원은 검찰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MB맨#대선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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