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7억 수수 혐의]청와대 문앞까지 번지는 게이트 불길… ‘형제 정치’의 몰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30일 03시 00분


MB의 멘토 이어 형님까지… 2010년 1월 재경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에게 앞자리에 올 것을 권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최 전 위원장이 구속된 데 이어 친형인 이 전 의원마저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MB의 멘토 이어 형님까지… 2010년 1월 재경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에게 앞자리에 올 것을 권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최 전 위원장이 구속된 데 이어 친형인 이 전 의원마저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저축은행 퇴출 저지 금품 로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사법처리된다면 이는 곧 이명박 정권의 ‘날개 없는 추락’을 의미한다. ‘영일대군’으로 불린 이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의 형이자 정치적 조언자 이상의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절대 나눠가질 수 없다는 권력을 지난 5년간 함께 행사해왔다.

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사건이 이 전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쇄신파의 중심인 정두언 의원, 제1야당 원내사령탑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로 번지면서 대선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대선 경선을 앞둔 여야 어느 쪽이 치명상을 입을지 점치기 힘든 양상이다.

○ ‘형제 정치’의 종말

노무현 정권의 도덕적 기반을 무너뜨린 ‘박연차 게이트’는 2008년 11월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의 개인비리 수사에서 출발했다.

이 전 의원을 옥죄고 있는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임석 게이트’의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이 전 의원은 현 정권의 한 축이었다. 집권 여당의 6선 의원이라는 공식 직함을 갖고 실세 중의 실세로 움직였다. 각종 이권에 개입해 ‘봉하대군’이라 불린 건평 씨와는 정치적 무게가 다르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유례없는 형제 정치’가 종말을 고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현 정권에서 각종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올 때마다 이 전 의원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자신의 친구이자 이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자신의 보좌관 출신으로 현 정권에서 왕(王)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와 관련해 모두 구속 기소됐다. 또 자신의 보좌관인 박배수 씨도 저축은행의 대출을 알선해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수사가 이 전 의원에게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 정권 출범의 1등 공신이었던 정두언 의원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임석 게이트’가 청와대로 번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불법 정치자금이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캠프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동아일보는 이 전 의원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 전 의원 측은 “검찰 소환 전까지 언론과 접촉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 복잡해진 대선 방정식

저축은행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왼쪽)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저축은행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왼쪽)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현 정권과 차별화에 나선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와 거리두기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와 만났다”, “삼화저축은행 사태에 박 전 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 씨와 서향희 변호사 부부가 관련 있다”는 등 박 전 위원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 변호사는 영업정지 전까지 삼화저축은행의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국회 상임위 활동이 본격화되고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야당은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민주당의 공격을 진두지휘할 박 원내대표가 검찰의 타깃이 되면서 야당의 주장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욱이 전남 무안 출신인 임 회장은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의 보좌관 출신이다. 1987년에는 평화민주당의 외곽조직인 연청의 기획국장을 맡기도 했다. ‘임석 게이트’가 불거질수록 야권 인사들이 오히려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최근 새누리당과의 원구성 협상에서 애초 저축은행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구했다가 은근슬쩍 발을 뺐다”며 “박 원내대표 등이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저축은행 로비의혹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박 원내대표와 지난해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정 의원이 저축은행 비리에 함께 연루된다면 여야 모두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제3지대 인물들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원내대표는 29일 확대간부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어떤 경우에도 금품을 받지 않았다”며 “제가 이 대통령, 박 전 위원장, 검찰에 눈엣가시로 박혀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2007년 대선 경선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난 임 회장이 경선 후 찾아와 이상득 전 의원을 소개시켜 준 게 전부”라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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