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220만 당원명부, 당직자가 팔아넘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檢 “400만원에 문자발송 업체 넘겨”… 통째 유출 가능성

새누리당의 한 국장급 당직자가 당원의 개인정보가 들어 있는 당원명부를 돈을 받고 팔아넘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14일 검찰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소속 이모 수석전문위원(국장급)은 청년국장 시절 400만 원을 받고 당원명부를 문자발송업체에 넘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은 전날 이 전문위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새누리당의 당원은 약 220만 명에 이른다. 220만 명의 당원명부가 통째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명부는 정당의 ‘심장’ 또는 ‘생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각 정당에서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DB). 여기엔 당원 개개인의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주소 등 신상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설마 당원명부가 통째로 나갔겠느냐”며 사태 확산을 경계했지만 당직자들은 통째 유출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원명부 유출 시점은 4·11총선을 앞둔 올 3월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당원명부 유출이 올해 대통령선거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관계자는 “비박(비박근혜) 주자들과 친박(친박근혜) 간의 경선 룰 논란이 치열한 상황에서 악재가 터졌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이 전문위원이 당원명부를 유출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영우 대변인은 “당원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새누리당은 자체적으로 사태 파악에 나섰으며 당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문위원이 당원명부 DB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문제다. 주요 정당의 당원명부는 검찰 수사 등이 아니면 외부로 유출된 적이 없을뿐더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관리 등의 목적에 필요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정당에 요청해 열람만 할 뿐이다.
▼ ‘당의 심장’ 유출… “경선 앞두고 대형 악재” ▼

이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당 조직국장과 조직팀장 정도이며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다른 내부 공모자가 있지 않으면 명단을 빼돌리는 게 가능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원명부 유출에 따른 법적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과거 민주노동당 등의 수사 사례에서처럼 당원명부가 곧 ‘유령당원’의 실체와 당비 대납 의혹 등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해 후폭풍이 클 수 있다.

특히 새누리당으로선 대선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원명부 유출사건이 발생한 것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개인정보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비난이지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당원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질 경우 대거 탈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경선 룰’을 놓고 당이 내홍에 휩싸인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혼란이 확산될 수도 있다. 당원명부가 야당으로 흘러들러갔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문위원은 1997년 당시 신한국당과 민주당 합당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들어온 ‘꼬마 민주당’ 당직자 출신이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새누리당 공채 출신이 아니라서 그런지 당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사업을 하는 외부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이 전문위원이 지난 총선 때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한 뒤 당원명부를 빼돌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채널A 영상]당원명부 넘긴 간부, 지난달에도 검찰 수사선상에…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새누리당#당원명부 유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