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우리 내부 종북세력, 북한보다 더 큰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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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종북세력’ 첫 표현
정부 기밀접근 차단 조치 주목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從北) 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듯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작심하고 ‘종북세력’이란 표현을 쓴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19대 국회 임기 개시(30일)를 앞두고 통합진보당 내 주사파 세력의 국회 입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대통령의 ‘종북 비판’ 발언은 이달 미얀마 방문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1983년 북한의 아웅산 테러를 거론하며 나왔다. 이 대통령은 “테러를 자행한 북한군인 2명이 체포돼 진상이 밝혀졌고, 유엔도 북한 소행임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북한은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지만 북한은 똑같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의 주장을 따라 하는 종북 세력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설에 민감한 표현이 나오면 이 대통령이 ‘톤을 낮추자’고 제안했지만 이번만큼은 ‘꼭 써야 할 표현이다. 이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별도 보고’를 통해 파악한 사회 일각의 평양 커넥션을 오랫동안 걱정해 왔고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은 이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종북주의 경고 버튼’을 직접 누른 것이다. 조만간 보안등급 강화 등 범정부적인 내부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부는 국회를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먼저 상임위 차원에서 개별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걸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대통령이 색깔론 공세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李대통령#종북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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