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 바란다/10대 제언]年회의 30회 겉핥기 상임위, 분야별 小委로 ‘불량품’ 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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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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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 제언 6: 상시 국회, 일하는 상임위 체제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8대 국회 4년 동안 전체회의를 121차례 열었다. 1년 평균 30회다. 때때로 국회가 파행되거나 쟁점 이슈가 생기면 목소리 큰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으로 회의가 점철된다. 회의가 정상적으로 가동돼도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수박 겉핥기로 진행될 때가 많다.

상임위는 법안 제정·개정과 현안 질의 등 의정활동이 이뤄지는 국회의 기본 틀. ‘불량’ 상임위가 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2, 4, 6월 임시국회와 9∼12월 정기국회, 정기국회 전 30일의 국정감사가 아니더라도 365일 늘 깨어있는 ‘상시 국회’가 되려면 상임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상임위 소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소위는 청원심사, 법안심사, 예·결산기금심사로 획일적으로 나뉘어 있다. 각 기능이 필요할 때만 간헐적으로 열어 벼락치기 심사를 하기 쉬운 구조다. 이를 분야별 소위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경우 문화관광, 체육, 방송통신 분야로 소위를 구성하는 식이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분야별 소위에서 법안과 예·결산 심사, 정책 개발까지 하면 의원의 전문성도 강화되고, 의견 대립이 생겨도 절충점을 찾기 쉽다”고 말했다.

상임위의 ‘옥상옥’이 된 법제사법위의 기능 재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개별 상임위에서 통과한 법안에 대한 체계·형식과 자구 심사 기능이 법안의 ‘게이트키핑’ 권한으로 왜곡되면서 종종 입법 자체를 막기 때문이다.
○ 제언 7: 화상회의 활성화 등 디지털 국회로

대정부질문 한다고 장관 불러 ‘호통 쇼’ 언제까지…

올해 말부터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다. 상임위, 대정부질문, 예결위 등 국회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 때마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장차관 등은 국회까지 왕복 3시간을 길거리에 버려야 한다.

화상회의를 활성화하는 등 디지털 국회로 탈바꿈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출장지에서도 공무원들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출장형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하고 기존의 3개 정부청사(중앙·과천·대전)와 세종청사 간의 영상회의 시스템도 운용할 계획이다.

행정부를 감시하는 게 국회 본연의 임무이지만 ‘고비용 저효율’의 현행 제도와 문화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대정부질문이 정치·통일·안보 분야, 경제 분야, 사회·문화 분야 등으로 나눠 진행되지만 분류가 애매한 장관들은 꼼짝없이 사흘 내내 앉아 있어야 한다. 소관 상임위의 정책 청문회와 긴급현안질문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권고다. 장관이 고의적으로 국회 출석을 피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회가 ‘장관 길들이기’ 차원에서 불러놓고 호통만 치는 모습도 볼썽사납긴 매한가지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윤종빈 교수는 “장관들을 국회로 부르지 않고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대신에 무성의한 서면 답변은 못하게 하면 정부 감시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제언 8: 극한투쟁,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의사당 난동 의원, 영국처럼 즉시 직무정지 시켜야

18대 국회 첫해인 2008년 해머와 전기톱이 등장했고, 지난해에는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졌다. ‘폭력국회’라는 오명을 얻게 된 여야 극한투쟁의 대표적 사례였다. 국회 폭력에 대한 비난이 들끓자 여야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폭력이 사라질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질서문란행위를 한 의원에 대해 최대 3개월 월급을 삭감하는 낮은 처벌 수위도 문제지만 폭력이 국회의원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경각심이 없다면 국회 폭력 근절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제도와 의식면에서 국회 폭력에 단호하다. 영국의 경우 질서를 어지럽히는 의원은 의장이나 위원장이 즉각 퇴장 명령을 내리고 이를 불이행할 경우 의원에 대한 직무정지 동의안을 즉시 상정해 토론 없이 표결에 부친다. 프랑스도 본회의장에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검찰에 제소하고 국회 의장단 회의에서 징계가 결정된 의원은 경위에게 이끌려 의사당 밖으로 쫓겨난다. 국회의원들이 걸핏하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벗어나 거리로 뛰쳐나가는 장외 투쟁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장훈 교수는 “폭력이 제도 탓이라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스스로 일반적인 상식과 정치·문화적 교양에 맞춰 행동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언 9: 후진적 거수기 노릇은 이제 그만

소신 대신 당론 강요… 자율투표땐 배신자로 낙인

대선주자들은 물론 여야 원내대표 후보들은 선거 때마다 의원들의 자율 투표를 공약으로 내건다. 헌법 제46조(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와 국회법 제114조의2(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에는 자율투표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러나 여당의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한 목소리로 찬성하고, 야당은 무조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게 우리나라 국회의 실상이다. 그 속에서 당론에 반대하는 소수 목소리는 당의 걸림돌로 여기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에 대해 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가 당내에서 호된 비판을 들었다. 황 의원은 “지역 주민과의 약속과 당론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당성(黨性)이 약하다’ ‘의리가 없다’고 폄하하는 문화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당론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직접 여야 의원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쟁점사안을 처리하려면 ‘5분의 3’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며 “자율투표가 아닌 강제 당론만 강조한다면 쟁점 법안은 처리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제언 10: 당내 민주주의 보장할 법 만들라

경선 부정-돈봉투… ‘집안’ 문제 아닌 국민 배신행위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파문, 민주통합당의 모바일 경선 관련 투신자살 사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 19대 국회의 제1, 2, 3당 모두 4·11총선을 전후해 당내 경선 문제로 극심한 진통을 앓았다. 당내 민주주의는 그간 국민의 직접적인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다. 선거 때 어느 정당에 표를 줄지에 영향을 미치는 한 요인이 되긴 하지만 대개는 ‘집안’ 문제로 여겨지는 측면이 컸다. 하지만 최근 통진당 사태를 거치며 국민혈세인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은 당 운영에 대해서도 국민의 감시를 받을 의무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당의 공직후보 선출 과정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여야 모두에 적용될 ‘룰’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심지연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경선 방식을 제도화하고 엄격히 투표방식을 관리해 공직후보 추천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3년 독일 함부르크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 여당인 기민당(CDU) 내 특정 계파는 당시 주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비민주적으로 선출했다. 함부르크 헌법재판소는 당내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됐다며 선거 자체를 무효로 판결했다.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막는 정당법 개정도 필요하다. 여야는 올 초 △당 대표 경선의 선관위 위탁 △불법행위에 대한 선관위의 조사권 신설 △범죄 신고자 포상금 지급 등에 합의했으나 ‘없던 일’로 돌렸다. 스스로의 목줄을 죌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국회#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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