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탈북자에게 발등 찍힌 탈북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1인당 53만원 안팎 받고 中공안에 동료 탈북자 넘겨
이달초 붙잡힌 탈북자 중에도 중국측 밀고자 2명 포함된 듯

27일 피랍탈북인권연대가 공개한 한 탈북자의 자술서. 지난 3년간 동료 탈북자를 밀고한 사실과 ‘사람들을 안물어먹겠습니다(모략을 꾸며 해치지 않겠습니다)’란 내용이 담겨 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27일 피랍탈북인권연대가 공개한 한 탈북자의 자술서. 지난 3년간 동료 탈북자를 밀고한 사실과 ‘사람들을 안물어먹겠습니다(모략을 꾸며 해치지 않겠습니다)’란 내용이 담겨 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중국에서 탈북자를 밀고하는 탈북자의 존재가 확인됐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중국 당국에 탈북자를 밀고하다 붙잡힌 한 탈북자의 진술서를 27일 공개했다.

진술서에는 “만길이와 나쁜 사이라서 (국가)안전국에 일러바쳤음. 사람들을 안 물어먹겠습니다(모략을 꾸며 해치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하찬명’이라는 이름의 40대 남성은 지난해 12월 초 중국 당국에 탈북자 정보를 넘긴 뒤 다른 탈북자단체에 붙잡혀 이 자술서를 썼다고 도 대표는 밝혔다. 중국 국가안전국은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넓은 의미에서 공안(경찰)으로 통한다.

도 대표는 “하 씨도 탈북자였으나 강제 북송 협박을 받아 중국 공안에 협력하게 됐고 이후로는 돈맛이 들어 탈북자 밀고를 상습적으로 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하 씨는 지난 3년간 선양(瀋陽) 옌지(延吉) 등 접경지역에서 탈북자 1명당 3000위안(약 53만 원) 안팎의 돈을 받고 공안에 넘겼다고 한다. 하 씨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쳤다.

이달 초 중국 공안에 붙잡힌 탈북자들 가운데도 중국 측 밀고자가 섞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부근 에바다NK선교회 목사는 “선양에서 붙잡힌 탈북자 24명 중 2명은 밀고자여서 북송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18일 옌지에서 선양으로 이동하던 탈북자 3명도 북한 출신 40대 남성의 꼬임으로 중간에 버스를 내렸다가 공안에 체포됐다”고 말했다.

북-중 접경지역에는 북한 국적을 가진 채 중국에 오래 머물면서 공안에 협력하는 북한 주민이 다수 있으며, 탈북자들은 이들을 ‘조선교포(조교)’라고 부르면서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A 영상]탈북자 단속 강화는 한류 때문?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