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흔들리지마,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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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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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등 당내 일부 반발에 ‘쇄신 드라이브’ 힘 실어주기

외부 인사 중심의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가 새해 벽두 당내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쇄신 드라이브를 통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인재 영입과 공천 개혁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으며 국회 차원의 정치 개혁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해관계자의 정개특위 배제와 최구식 의원의 탈당도 관철시켰다.

이는 4·11총선을 겨우 3개월여 남기고 재창당 수준을 뛰어넘는 쇄신과 공천 개혁을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좌고우면하다가는 당이 막다른 골목에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반영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2일 새해 첫 비대위 회의 공개발언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면서 “항상 국민의 눈높이, 국민의 상식에서 쇄신작업에 박차를 가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비공개회의에서도 “한나라당이 얼마나 부족한 점이 많으면 비대위까지 왔겠느냐”면서 “정치쇄신의 해법을 내놓으면 국민과 당원이 보고 검증할 것이고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이를 해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고 황영철 대변인이 전했다.

이는 간접적인 화법이긴 하지만 최근 인적 쇄신을 두고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과 논란을 벌이고 있는 비대위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 정면돌파 선택한 與 비대위… 쇄신폭풍 앞에 선 친이계 ▼

또 친이계의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 사퇴 요구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 측 관계자는 “박 위원장의 발언은 이번 논란을 정면돌파해 쇄신의 성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새해 첫 비대위 회의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돈, 김종인 위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해 첫 비대위 회의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돈, 김종인 위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친이계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김종인 위원도 비공개 회의에서 “(당 소속 의원들이) 민주통합당을 상대로 공격을 해야지 비대위를 상대로 싸움을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며 “이해관계에 얽혀서 비대위를 공격해 자기 입장을 정리하려 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1월 말까지 상황을 보고 비대위 취지에 합당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시간을 끌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자진 사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배수진을 쳤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럴(사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박근혜 비대위는 한나라당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 끝자락에서 탄생한 비상기구”라며 “생산적인 비판은 몰라도 부당한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한 체제 흔들기는 해당행위나 이적행위가 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친이계 의원들은 비대위의 쇄신 드라이브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 인적쇄신 드라이브

김 위원은 비공개회의에서 정치개혁과 공천제도 개선을 다루는 1분과 위원장인 이상돈 위원에게 “과감하고 용기 있게 위축되지 말고 빨리빨리 진행해 달라”며 인재영입 및 공천개혁기준 마련의 1차 시한을 11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인 주광덕 의원도 “공직자들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현직을 12일까지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 언론인 등 선거 90일 전(1월 12일) 사퇴해야 하는 이들이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인재영입과 공천 개혁 기준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한나라당은 4·11총선에 나설 인재의 영입을 전문가 추천과 국민공모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해 당 외부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영숙 아름다운재단 이사, 한양대 신유형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연다.

인재영입분과위원장인 조동성 위원은 “당이 중심이 돼 인재를 영입한다는 권위적인 단어인 ‘인재영입위’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름에서부터 당의 낮은 자세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삼고초려위원회’ ‘버선발위원회’ ‘흑진주위원회’ ‘열린마당위원회’ ‘인재초빙위원회’ 등 다양한 명칭을 놓고 논의했으며 다음 회의 때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또 이르면 9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소속 의원들과 비대위원 간의 쇄신 토론을 통해 양측의 견해차를 줄일 예정이다.

▶본보 2일자 A13면 與, 13일 의총 비대위 참석시켜 ‘맞짱 대화’

한편 위원들은 의원 퇴직 후 만 65세가 되면 전직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를 통해 지급받는 월 120만 원의 국고 보조금도 거부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의원들은 어쩔 수 없지만 현역인 18대 의원들은 ‘자진 거부’를 결의하고 차기 19대 의원들 역시 공천 과정에서 서약을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 이해 걸린 정개특위 위원 교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경재)는 이날 19대 총선에서 지역구의 분구 및 합구 대상에 해당하는 위원들을 전원 교체했다. 이는 한나라당 비대위가 지난해 12월 30일 당 쇄신 및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국회 정개특위에 참여하는 이해관계 당사자 의원 전원을 교체하기로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합구 대상으로 지정한 부산 남갑의 김정훈 간사를 비롯해 서울 노원을의 권영진, 대구 달서병의 조원진 의원, 그리고 분구 대상으로 지정한 경기 용인 기흥의 박준선 의원, 민주당이 합구 대상으로 주장하는 경남 남해-하동의 여상규 의원을 사임시켰다. 그 자리에 재선의 김기현 의원을 간사로, 손범규 신지호 유일호 배영식 의원을 정개특위 위원으로 보임시켰다.

이에 민주통합당도 합구 대상인 전남 여수갑의 김성곤 의원을 사임시키고 서종표 의원을 정개특위에 보임시키며 화답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불출마를 선언한 정장선 장세환 의원을 추가로 보임시킬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선거구 획정뿐만 아니라 정치개혁을 담당하는 한나라당 비대위 1분과, 당 사무총장과 상의해 석패율제, 오픈프라이머리를 비롯해 다양한 정치개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긴장하는 친이계

며칠째 외부 비대위원들에 대한 공세를 계속해온 친이계는 2일에는 공개적인 공세는 일단 중단했다. 그러나 비대위 공격의 선봉장 격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추가로 다른 비대위원 2명의 비리 행태도 폭로할 수 있다. (김종인 이상돈 위원의) 사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규모 회동이나 집단 성명도 발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삼삼오오 비공개 회동을 통해 대응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리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분이 쇄신의 칼을 휘두르면 누가 복종하겠느냐”고 김 위원을 다시 겨냥했다. 그러면서 이상돈 위원의 천안함 폭침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은 천안함 발언으로 문제 삼으면서 이 위원은 그대로 가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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