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정치]비대위원 인선 통해 본 박근혜 ‘새 자본주의 가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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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자본주의’ 넘어 공정성 확립-양극화 해소 메시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구성한 비대위원 면면을 보면 대선에 임하는 박 위원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양희 비대위원은 아동 보육, 취약계층 인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교수이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생 교육봉사 경력이 하버드대 학력보다 박 위원장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헌법 제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김종인 비대위원은 평소 복지를 강조해왔다.

박 위원장은 요즘 자본주의의 새로운 가치에 대해 근원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측근들과 자문 교수들은 전한다. 1960, 70년대 수정자본주의를 거쳐 1980년대 자본주의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신자유주의가 도래했지만 2000년대 들어 탐욕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 현상이 2011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

박 위원장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만 해도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내세우며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측근들은 박 위원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본격적으로 자본주의의 가치를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도 그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틈만 나면 전문가들과 이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처음으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화두로 들고 나왔다.

박 위원장이 이달 5일 경영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의 면담에서 “자본주의는 연필과 같다. 내용을 기록하는 수단이며 무슨 가치를 써 넣을지에 따라 우리 사회에 도움도 되고 역행도 할 수 있다. 자본주의라는 수단을 비판할 게 아니라 어떠한 가치를 넣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한 자문 교수는 “박 위원장은 자본주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자아실현을 이루는 행복한 사회를 완성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현재의 자본주의의 모습을 개선, 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며 그래야 자본주의라는 수단 역시 지속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내년 대선 공약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위원장은 공정성 확립과 양극화 해소 등 두 가지를 정책 목표로 강조하고 있다. 한 측근은 “박 위원장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정부가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나 약자를 보듬는 역할, 시장에 대한 감시·감독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로 이어진다. 박 위원장은 “현 정부가 양적 성장을 중시했다면 앞으로는 질적 발전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현 정부의 성장위주, 친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해 온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을 이번에 선임한 것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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