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정치]5년6개월만에 해체하는 친박… 주류가 될수 없는 운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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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도 높은 모래알… 주류가 될수 없는 운명?

친박(박근혜)계가 등장한 시기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6년 6월 당 대표직 임기를 마친 직후다. 이후 2007년 대선후보 경선과 2008년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을 형성했던 친박계가 이제 해체 수순으로 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돼 당을 접수하면서 친이(친이명박), 친박의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의원 모두가 친박계였던 박 전 대표의 대표 시절로 돌아간 셈이다.

5년 6개월 동안 친박계는 부침의 나날을 보냈으며 핵심 인사들도 변화를 겪었다.

박 전 대표의 대표 시절 사무총장,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들 중 김무성, 유정복, 유승민, 이성헌 의원과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상임고문 등 5명을 중심으로 대선을 비밀리에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당시 ‘FM(Five Members)’으로 불렸다.

2006년 가을부터 이명박 후보 측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공식 캠프가 출범하면서 친이계와 친박계는 확연히 갈렸다. 박 전 대표 시절 주요 당직을 지냈던 당시 김형오, 권경석, 박재완, 장윤석, 전여옥 의원 등이 친이계나 중립으로 돌아섰다. 친박계는 대선후보 경선 패배로 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 때는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계 인사들이 친박계 무소속 혹은 친박연대로 당선돼 한나라당에 복당하면서 친박계는 당내에서 친이계에 맞설 만한 세력을 형성했다. 이들은 세종시 수정안 등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 추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사이 김무성, 진영 등 일부 친박계 의원은 이탈했다. 최근까지는 이른바 ‘6인회’가 친박계를 이끌었다. 허태열, 서병수, 최경환, 유정복, 이성헌, 이학재 의원이다.

친박계는 이전 계파들과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도동계, 동교동계처럼 뿌리가 깊은 것도 아니고 박 전 대표가 권력을 쥔 적이 없기 때문에 당과 국정 운영에 참여한 적도 없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선거를 치를 때 돈이나 조직을 내려주는 등 챙겨준 적이 없다”며 “계파 내에 위계질서도 존재하지 않아 조직력 면에서 보면 모래알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파 구성원들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패배를 감수하고 박 전 대표의 승리를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기 때문에 박 전 대표에 대한 충성심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박계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표 시절 재·보궐선거에서 연승하며 정권교체의 토대를 마련했고, 경선 패배 후 깨끗한 승복으로 대선 승리에 기여했지만 정작 현 정부 출범 후 의원, 보좌진, 사무처 당직자들까지 인사에서 늘 소외받았다”며 “당에 기여도가 적은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당에서 주류 역할을 한 데 대해 억울한 심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박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친박계 인사가 주변에 장막을 치고 내부 권력다툼을 벌이고, 정작 박 전 대표에게는 한마디 직언을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친박계는 해체 수순에 들어갔으나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되살아날 수 있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치열해질 수 있다. 역설적으로 친박계가 살아난다는 건 박 전 대표에게는 시련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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