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정치]박근혜 “안철수, 같이할 수 있다” 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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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에 대해 비판하지 말라”… 대선 연대 가능성 남겨

“그분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지난해 말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공식 회의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거론하며 “(한미 FTA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이 뭐냐. 검증이 필요하다”고 공격하자 이를 전해 들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해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제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안 원장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유지되자 그에 대한 견제 심리가 커진 측근들은 여러 차례 박 위원장에게 안 원장과 각을 세워야 한다고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힐 공격 소재들을 주변에 퍼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박 위원장은 그들을 만류했다고 한다.

급기야 박 위원장은 20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선 안 원장에 대해 “같이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공개 구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두 사람은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범야권의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안 원장에 대해 박 위원장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 원장이 잠재적 대선주자로 부상하기 이전부터 박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백신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고 젊은이들에게 진취적 사고를 심어 주는 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표출된 사회적 현상인 만큼 안 원장 개인에 대한 견제보다는 자신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고 한 측근 인사는 전했다.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원장에 대한 비판이 자칫 젊은층의 반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총선 국면에서 안 원장이 야권의 편에 서지 않도록 묶어 두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의 이념적 정체성이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 박 위원장이 장차 대선 국면에서 결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적극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친박 내에서는 “현실적으로 같이할 수 없는 안 원장의 몸값만 키워주고 있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지난해 9월 안 원장은 박 위원장에 대해 “잘 모르지만 원칙 있고 좋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침 안 원장에 대한 야권의 관심도가 낮아지는 시점에 나온 박 위원장의 ‘구애’가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안 원장이 출연한 공익재단의 이름은 ‘안철수재단’으로 최종 확정됐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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