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탈북청소년 “北가족들 더 힘들어질까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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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정일 사망) 소식을 듣고 앞이 캄캄했어요. 저야 여기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지만…. 북에 혼자 남은 여동생(9) 생각이 제일 먼저 났어요. 나이도 어린 김정은이 북한을 제대로 통치할 수 있을지….”

20일 만난 탈북자 김지희(가명·20·경기 의정부시) 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탈북·다문화 청소년 지원기관인 무지개청소년센터가 서울 중구 정동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개최한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발표회’ 자리에서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탈북 청소년 30여 명은 김정일 사망을 주제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은 다소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김 씨는 SK텔레콤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탈북 청소년에게 학원비를 지원하고 진로를 상담해주는 장학사업인 ‘무지개 콜’을 통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내년부터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다.

김 씨는 북에 있는 동생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는 “김정일은 후계자 교육을 길게 받았지만 김정은은 고작 3년 전부터 현지지도에 모습을 나타냈다. 북한이 더욱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박가영(가명·23·여·경북 구미시) 씨 역시 북한에 남은 가족을 먼저 걱정했다. 2년 전 아버지, 언니와 함께 탈북한 박 씨는 내년부터 대학에서 중국어를 공부한다. 박 씨는 “김정일이 죽었으니 봉쇄를 강화하고 더욱 못살게 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나는 여기서 중국어를 잘해 기업에 취직하고 싶은 꿈을 키우고 있는데 북한의 가족에겐 미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신현옥 무지개청소년센터 소장은 “김정일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탈북 청소년들이 서로서로 문자를 보내며 절대 권력이 무너진 데 대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북한 가족을 걱정하는 아이들에게는 통일이 앞당겨지면 만날 수 있다고 다독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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