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핵 단추’ 향배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29세 후계자, 권력장악 과시위해 3차 핵실험 감행할 수도

‘29세 젊은 후계자에게 넘어간 핵단추가 불안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북한 내 핵 관련시설의 지휘통제권 향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핵무기 운용을 비롯한 핵 지휘통제권의 향배를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중대변수로 보고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관계자는 20일 “김 위원장 사후 미국의 최대 관심은 북한의 핵 지휘통제권의 안정적 관리”라며 “미국은 향후 북한의 권력붕괴로 핵무기나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태를 최악의 안보위기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지휘통제권에는 유사시 핵무기의 사용 승인과 명령 하달을 비롯해 무기급 핵물질 관리, 30곳 이상의 핵시설 운용 권한 및 조직관리, 핵실험 승인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핵심은 북한이 보유한 핵전력(핵무기와 핵물질)의 군사적 지휘통제권이다. 이는 6∼10기로 추정되는 핵무기와 무기급 플루토늄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한을 의미한다. 북한은 함북 무수단리 장거리미사일 발사장 인근이나 북-중 접경지역에 핵전력을 은밀히 비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령과 당에 의한 군부통제라는 북한의 권력체제에서 핵 지휘통제권은 그동안 당 총비서이자 최고사령관, 국방위원장인 김정일이 독점적으로 장악해 온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군 정보 당국자는 “특히 핵개발과 핵실험은 북한의 체제 존립과 통치이념 공표에 버금가는 최상위 국가정책인 만큼 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고유한 의사결정권자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정은이 핵 지휘통제권을 안정적으로 승계받을 수 있는지가 앞으로 북한의 권력구도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09년 9월 김정은의 후계구도가 공식화된 직후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이 유엔에서 “핵 억지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현재 김정은의 후계자 수업이 진행 중이고, 영도자로 받들어지고 있는 만큼 (핵 통제권의)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정은 후계구도를 옹위하는 핵심 권력층도 핵개발과 핵무기가 체제 수호의 ‘최후 보루’라고 강조하며 김정은의 핵 지휘통제권 승계를 정당화하면서 군부 등의 충성심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북한은 향후 김정은 후계구도의 공고화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3차 핵실험 등 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관계자는 “김정은 후계 안착 과정에서 북한이 내부 결속과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업적 과시를 위해 3차 핵실험을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파워엘리트 간 권력암투나 군사정변 등이 벌어져 핵 지휘통제권이 강경군부세력 등에 넘어갈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는 예측불허의 위기 사태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북한 핵 지휘통제권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작전계획(OPLAN) 5029를 수립해 대비하고 있다. 이 계획은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이나 군부 쿠데타로 북한 내 위기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 전역에 배치 저장된 핵무기와 핵물질, 생화학무기 등을 ‘미군 주도-한국군 지원’ 형태로 확보하고 처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 고위소식통은 “미국은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북의 핵 통제권이 붕괴돼 핵 확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경계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미 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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