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표, “한나라당 속까지 확 바꿔야… 내가 전면에 나설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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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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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인터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새 비전, 새 정책, 새 인물들로 새로운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야 한다. 겉모양뿐 아니라 속까지 확 바꿔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강력한 쇄신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동아일보 종합편성 채널인 ‘채널A’ 개국을 맞아 이루어진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에는 공감하지 않지만, 신당을 창당한다는 각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언론사와 공식 인터뷰를 한 것은 2007년 대선 경선 이후 처음.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층 오픈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박 전 대표는 “예산국회가 끝나면 자연히 정치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고 그런 흐름 속에서 기여하겠다. 공천 제도화와 인물 영입에도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갑자기 전면에 나서라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대했다. 그는 야권통합을 언급하며 “보수도 화합과 통합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黨쇄신 하루아침 쇼론 안돼… 공천-인물영입에 역할 할 것” ▼


그는 공천과 관련해서는 “투명해야 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개방이 되어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지난주 대전대 강연에서 “한나라당이 벌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 당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새로운 모습의 핵심은 역시 국민의 삶이어야 한다. 북극성같이 변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방향으로 흔들리지 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이 변화를 느끼는 건 하루아침에 쇼로 되는 게 아니다.”

―당의 일부에서는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현 지도부는 잘하고 있다고 보는지….

“지금은 예산국회다.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막중한 책임이 있다. 야당이 장외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마저 지도부 교체에 블랙홀처럼 빨려들면 내년에 국민 삶과 직결된 예산은 누가 챙기나. 현 지도부는 예산국회에서 책임감을 갖고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당내에는 끊임없이 총선 공천 물갈이 논란이 있다. 당 공천의 방향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채널A 개국을 맞아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층 오픈스튜디오에서 가진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채널A 화면 촬영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채널A 개국을 맞아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층 오픈스튜디오에서 가진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채널A 화면 촬영
그동안 사람은 계속 바꿨는데 결과는 늘 안 좋았다. 새로운 한나라당이 되려면 국민에게 존경받는 참신한 분을 많이 영입해야 한다. 앞으로 투명하고 국민이 납득할 훌륭한 공천이 제도화되도록, 그리고 좋은 분이 영입되도록 저도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힘 있는 어떤 사람이 마음대로 공천해서는 안 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비롯해 쟁점법안마다 날치기와 폭력이 반복되는데, 이 악순환을 끊을 복안은 없는가.

“다수당은 영원히 다수당일 것처럼, 소수당은 영원히 소수당일 것처럼 행동하는 풍토하에서는 합리적인 대화나 설득이 불가능하다. 국회의원들에게 더 자율성을 줘야 하고 국회 운영을 상임위 중심으로 해야 한다. 한 번도 속 시원하게 결과를 내지 못한 국회 윤리위원회의 운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잘 모른다. 보도 나오는 것 보면 그분은 정치권에서 잘하지 못하는 젊은이들과의 소통, 공감을 잘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율에서 안 원장이 조금 앞서는 분위기다.

“저는 원래 대세론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 할 일을 할 뿐이다.”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된 경제정책이 있다면….

“현 정부는 양적 발전,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국민에게 퍼질 수 있도록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고용률을 국정 지표로 삼아서 높이도록 노력하겠다. 수출 중심이었는데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잡아서 쌍끌이로 경제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고 나면 도와준 사람들을 외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평소에 생각하는 인사 기준이 있는가.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선출직은 국민이 그 권력을 잠시 위임하는 것이다. 위임받은 기간에 국민의 신뢰를 소중한 보물같이 생각해야 한다. 나라 발전을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 국민의 신뢰를 받는 데 지장이 없는 인물들로 인사를 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내년 총선에서 현재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가.

“그건 우리 지역에 있는 유권자들과의 약속이다. 수십 번 약속드린 걸로 변함이 없다.”
▼ “본받고 싶던 선배, 사랑이었던듯” 솔직 토크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30일 방송인 김성주 씨의 사회로 진행된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첫사랑 등 사적인 얘기들을 털어놓고 있다. 채널A 화면 촬영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30일 방송인 김성주 씨의 사회로 진행된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첫사랑 등 사적인 얘기들을 털어놓고 있다. 채널A 화면 촬영
“대학교 다닐 때 제가 본받고 싶은 선배가 있었는데요. 그 당시에는 그런 느낌을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까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동아일보-채널A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정치 현안은 물론이고 사적인 내용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박 전 대표는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는 제 생각의 근간을 만들어준 분이고 어머니(고 육영수 여사)는 제 삶의 교본이다”고 말했다. “딸이 본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느냐”는 질문에는 한참동안 말없이 먼 곳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역사관 세계관 외교관에 대해 많은 말씀을 듣고 가르침을 받았다”며 “아버지는 정책을 하나 내면 90%는 그것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데 힘을 썼다”고 회고했다. 채널A가 내년 상반기에 방영할 예정인 드라마 ‘인간 박정희’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그 시대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잘 드러내주면 좋겠다”고 했다. “늘 꼿꼿하게 흐트러짐 없이 앉는 게 불편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는 “습관이 되면 별로 힘들지 않다. 허리가 구부러지면 척추에 안 좋다”고 답했다.

“혼자 살고 있으니 외로울 것 같다. 남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안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바쁘게 사니까 사실 외로움을 생각할 시간도 없다. 현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의 응원을 받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폭탄주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는데…”라는 질문에는 “전자공학과 출신이라 배율이 정확하다”며 웃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된 경제 정책을 묻자 “그런 질문은 안 하겠다고 하고는 또 한다”면서도 “이건 중요한 거니까 말씀드리겠다”며 현 정부의 양적 성장 중시 경향을 지적했다. “신비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짧고 정제된 ‘박근혜 화법’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정치인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굉장히 큰 공해라고 생각한다. ‘믿을 신’ 한자를 봐도 사람 인(人) 변에 말씀 언(言)자가 합쳐져 있다. 말이 곧 신뢰이고 실천이다”고 말했다.

그는 “90년 언론역사를 디딤돌로 해서 채널A가 국민의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채널A의 개국을 축하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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