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포산∼서망 구간 국도 18호선 건설(100억 원), 해남군 안정∼대지 국도 77호선 농로구간 개선(40억 원), 해남군 화산 안정리∼대지리(일반국도 77호선) 확장포장 사업(40억 원), 제2진도대교 개통으로 진도군 군내∼고군 지역간선 조기 건설(206억 원), 진도군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신축(10억 원)….
민주당 김영록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 증액을 요청한 자신의 지역구 예산이다.
2000쪽이 넘는 계수조정소위의 새해 예산안 검토자료에는 이처럼 예결위원들의 증액과 감액 요청이 뒤섞여 있다. 물론 감액 대상은 정부 예산이, 증액 대상은 지역구 예산이 대부분이다.
국회 15개 상임위가 소관 상임위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8조 원 이상의 증액을 요청한 것과 별도로 예결위 차원에서도 예산 증액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민원성’ 지역구 예산이 많다.
여야 예결위원들은 국토해양부 교통시설 회계 중 도로 예산만 277건의 사업에 대해 모두 3조5758억 원의 증액을 요청했다. 그 예산만으로도 국토부 상임위 전체 예산 증액 규모(3조5321억 원)를 넘어섰다. 철도 공항 항만 지역개발 광역발전 회계에도 지역구 예산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김영록, 혼자 5건 396억…김태호, 동료의원 통해 70억 요청▼
국토부 외에도 부처별로 지방경찰청 신축, 국립대 및 병원 시설 확충, 수리시설 개보수, 상수원, 하수처리장 등 각종 회계에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요청이 포함돼 있다. ○ 예결위원, 동료 의원 몫까지 챙겨
의원들 사이에서 예결위는 상임위의 ‘꽃’이다. 특히 총선 직전의 해엔 예결위원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지역구민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른 상임위(임기 2년)와 달리 위원장을 포함해 예결위원 대부분의 임기가 1년인 것도 그런 이유다.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경기 수원권선)은 이번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지역구 내 고색동 파출소가 노후해 신축이 필요하다며 20억 원 증액을 요청했고, 권선구 서둔동 고향의 봄길∼고색동 국도 43호선 도로건설사업을 위해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 지원’ 명목으로 23억2000만 원을 요청했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전북 전주 완산을)은 전주 용진∼우아 국대도 건설 신규 사업으로 50억 원을 요청했고,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건설 예산 28억 원 증액도 요청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출마 예정지역인 광주 서구를 포함해 광주·전남 예산을 전방위적으로 챙겼다.
예결위원들은 본인뿐 아니라 예결위에 배정되지 않은 같은 당, 같은 광역 단위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까지 챙기는 것이 관례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도로 관련 예산만 30건의 증액을 요청했다. 이 중 자기 지역구인 대전 동구 예산은 거의 없다. 선진당 내 계수조정소위 위원이 임 의원 한 명뿐이기 때문에 선진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반영은 대부분 임 의원의 몫이다. 경남 김해을의 김태호 의원도 예결위원인 여상규 의원을 통해 경남 김해 장유부곡 농공단지 예산 70억 원 증액을 요청했다.
한편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계수조정소위에서 33조626억 원이 배정된 내년도 지방교부금을 1조6632억 원 증액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열악한 지방재정 실정을 감안해 지방교부세의 법정률을 내국세 추정액의 19.24%에서 20.24%로 1%포인트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사유를 달았다. 이는 장세환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가능하다. 통과도 되지 않은 법을 전제로 지방교부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것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 민생예산에 지역구 예산까지…
“뒤로는 자기 지역구 예산을 다 챙기면서 앞으로 민생 일자리 보육 보훈 등록금 예산 타령하면 국가가 거덜납니다. 의원들 개인 지역구 예산에 대해 포기각서 쓰고 의정보고서에 지역 예산보다 민생 예산을 마련했다고 보고합시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22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예결위원인 장 의원도 계수조정소위에 부산구치소 신축 예산(28억 원), 부산외곽고속도로 예산(1400억 원) 등 지역구 예산 증액을 요청한 바 있다. 장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노른자’ 상임위인 예결위에 들어와서 내 지역구 예산을 챙기고 싶지만 필요한 민생 예산 증액을 요구하려면 국가 재정을 위해 뭔가 줄여야 한다”며 “그 대신 민생 예산을 바라는 동시에 지역구 예산도 바라는 국민도 이런 어려움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민생, 복지 예산 증액을 위해 지역구 예산 증액은 지난해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의원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등록금 완화 등 복지예산을 증액하면 다른 분야의 증액은 어렵다”며 “의원들이 지역구 사정을 뛰어넘어 국민이 원하는 내년도 예산 편성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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