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진표 “민주 강경파 反FTA는 與에 짓밟히는 쇼 하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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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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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 원내대표, 불가론 주장에 작심비판

“당내 강경파의 주장은 (한미 FTA의) 내용도 잘 모르고 무조건 반대하는 게 선(善)이라고 생각하는 강경한 당 지지자들에게 ‘쇼’ 한번 보여주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당에) 짓밟히는 쇼 한번 하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작심한 듯 당내 ‘한미 FTA 처리 불가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등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김 원내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주장대로 하면 민주당은) 국민 경제나 국익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경파들이 몸을 던져 막으라지만 못 막으면 어떻게 할 건가. 과거에 (몸으로 막은 게) 한 번이라도 성공한 적 있나. 다 (여당의) 날치기로 끝났다. (몸으로 막다가) 한미 FTA로 피해를 보는 농축수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상파들은 강경파들의 그런 주장에 반대하는 것이고 협상파의 중심에 원내대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문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재협의를 위한 확약을 받으면 비준동의안의 정상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ISD 폐기를 전제로 재협의를 약속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ISD를 폐기하라는 건 FTA를 파기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미국이 협의에 응하게 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김 원내대표는 “미국과 ISD 협의 채널을 열어놔야 한다”며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ISD 폐기를 실현시킬 확률이 높아지고, 여당으로서도 ISD로 인한 반미 감정이 일 수 있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봉균 김성곤 의원 등 중도파 의원들은 8일 ‘FTA가 발효되는 즉시 ISD에 대해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이 마련한 ISD 절충안에 동의한 의원은 전체(87명)의 절반이 넘는 45명이다. 한미 FTA 처리 문제를 묻는 의원총회가 열릴 경우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익의 균형이 깨진 현재의 FTA 안은 안 된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중도파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은 외교통상부와 통일부의 내년 예산안 심사로 국한됐다. 그러나 11일째 외통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 남경필 위원장은 오후 4시 행정안전위로 회의장을 옮겨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에 자유선진당 이회창 의원은 “질서유지권과 경호권은 뭐하러 있느냐”며 “회의를 막는 자들을 쫓아내야지, 이렇게 타협하면 국회 질서와 선진화를 이를 수 없다. 관행이 될 것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같은 당 박선영 의원은 “의원들을 질질 끌고 다니며 다른 위원회에 걸식해선 안 된다. 다음엔 회의장 복도에서 회의를 하라”로 요구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절충안에 합의하면 수용할 수 있는가’를 묻는 남 위원장의 질문에 “ISD 폐지를 전제로 한 재협상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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