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가이드라인 정치’… 그의 말이 한나라당엔 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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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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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민생대책으로 정책전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에서 ‘중앙당사 폐지안’ 이후 쇄신의 방향을 새로 밝혔다. 그러면서 예산 국회에서 비정규직, 보육, 교육, 노후·복지 문제를 특별히 신경 써달라고 주문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도 오찬 회동에서 여권 쇄신의 방점은 ‘인적 쇄신’이 아닌 ‘정책 쇄신’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정태근 의원은 브리핑에서 “일부의 ‘공천 물갈이론’은 혁신 작업의 순서를 잘못 잡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 박근혜 전 대표(사진)가 전날 당내 쇄신 논의에 대해 “쇄신의 첫걸음은 국민의 삶을 어떻게 하느냐에서 찾아야 한다”고 한 것과 관련 깊다. 박 전 대표는 여권이 해결해야 할 ‘국민의 고통’으로 비정규직, 등록금, 노인 빈곤 문제 등을 꼽았다.

정책 행보에만 주력해 왔던 박 전 대표가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사실상 당의 방향을 리드하고 있다. 지도부의 권한을 존중하면서도 ‘박근혜 역할론’에 부응하는 ‘신(新)가이드라인 정치’ 행보를 본격화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5월 유럽 순방에서 적극적인 활동 개시 의사를 밝힌 이후 당의 중요 고비마다 당내 방향 표시등으로 작용했다. 8월 원희룡 최고위원의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과 호남 3선인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수도권 출마를 계기로 ‘물갈이론’이 우후죽순 쏟아졌을 때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천 기준과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잠재웠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 비상대책위 구성, 조기 총선 체제 구축 등 ‘지도부 교체론’이 나왔을 때도 “중요한 것은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박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대해 친박(박근혜)계에서는 당 지도부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당의 방향을 선도하는 ‘실천형 가이드라인 정치’라고 평한다.

박 전 대표가 공천이나 당직 인선 등 당 지도부의 권한에 대해서는 철저히 존중한다는 것. 홍 대표 취임 직후 당직 인선 논란이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결정에 대해 “당 지도부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거나 “제가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발언을 삼갔던 것이 그런 대목이라는 얘기다. 또 박 전 대표 본인의 쇄신 방향을 함께 밝힘으로써 ‘지침’의 인상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당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박근혜 복지당론’ 결정 등 박 전 대표의 가이드라인 정치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최근 “당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지도자인데 역할을 해야지 왜 안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당의 개혁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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