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퇴임후 살 집 내곡동에 마련… 아들-대통령실 명의 2600㎡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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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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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총 매입자금 54억 중 사저 11억-경호시설 43억”

MB사저 지을 땅, 터파기 공사중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 용지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 일대. 기존 건물을 허물고 터파기 공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MB사저 지을 땅, 터파기 공사중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 용지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 일대. 기존 건물을 허물고 터파기 공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의 가족이 2013년 2월 퇴임 후 살게 될 사저(私邸) 터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 460m²(약 140평)를 올 5월 매입했다고 청와대가 9일 밝혔다.

사저 터는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경기 성남 방면으로 가다가 헌릉로 우측의 산 아래에 위치한 곳이다. 청와대가 그동안 구상해 온 이 대통령의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는 것은 경호의 어려움을 이유로 백지화됐다. 하지만 사저 터를 이 대통령이나 김윤옥 여사가 아니라 아들 시형 씨(33)가 샀고, 매입자금에 ‘친척에게 빌린 돈’이 포함되면서 구설을 낳고 있다.

○ 내곡동 산 아래 788평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각각 매입한 땅을 합치면 2600m²(약 788평)이다. 이 대통령의 개인 재산인 사저 터 460m²에 11억2000만 원이 지불됐다. 퇴임 후 10년간 경호한다는 규정에 따라 경호처가 사들인 터 2140m²(약 648평)의 대금은 42억8000만 원이었다.

대통령경호처는 올 초부터 10곳 안팎의 후보지를 살핀 끝에 내곡동 ‘능안 마을’의 한정식집(수양)이 있는 곳을 찾았다. 한정식집과 주변 땅 9필지를 소유한 A 씨가 ‘땅 처분 후 미국 유학 간 딸에게 가겠다’며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았던 것이다.

청와대는 A 씨와 2개의 중개업자를 사이에 두고 협의하는 과정에 매입자가 청와대 경호처라는 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실제 계약 당사자도 시형 씨와 대통령실이었다. 이 대통령은 계약 직전인 5월 이 지역을 둘러봤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 왜 아들이 매입?

이 대통령 부부가 계약자가 아니란 점에서 ‘몰래 증여’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요즘 세상에 퇴임 후 거주지를 사면서 아들에게 편법 증여하는 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냐”며 예산 절감이 이유라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A 씨에게 거래 상대방이 ‘이명박 혹은 김윤옥’이라고 알릴 경우 A 씨가 거래를 꺼리거나 호가(呼價)를 높일 수 있다고 청와대는 봤다. 경호처 관계자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호시설 땅 구입 때 주변 시세보다 각각 3배, 1.7배를 줘야 했다”며 “결국 ‘이명박’ 명의의 거래였다면 예산을 더 썼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고려 끝에 시형 씨는 부모님을 대신해 청와대 농협지점에서 부모 소유의 논현동 집을 담보로 6억 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5억2000만 원은 친척들에게서 빌렸다. 적용 금리는 5%대로 일반인 대출 때보다 낮지 않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은 퇴임 후 아들에게서 매매 형식으로 땅을 되살 예정”이라며 “그동안 시형 씨가 대신 부담할 (매달 250만 원 정도의) 이자도 정확히 계산하겠다”고 말했다.

○ 왜 논현동으로 안 가나?

경호처는 지난해 말 국회로부터 퇴임 후 경호처 터 매입비로 40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이웃에는 대지가 최소 200평이 넘는 집들뿐이어서 평당 3500만 원인 땅값에 비춰볼 때 최소 70억 원은 있어야 이웃집 구입이 가능해 예산을 신청했지만 국회가 40억 원만 배정하면서 예산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올해 말 경호시설 건축비로 30억 원 안팎을 요청한 상태다. 또 논현동 집은 주변의 3, 4층 건물에서 마당이 훤히 내려다보여 경호상 부적격하다는 판단을 경호처는 하고 있다.

청와대의 모든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잡음이 생긴 것 자체가 33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에 헌납한 이 대통령의 자기희생을 빛바래게 하는 ‘정무적 무신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놓고 ‘아방궁과 같은 호화저택’이라며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봉하마을 사저는 토지 매입에 1억9500만 원, 건축비로 10억 원이 투입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직장생활 3년 차에 불과한 아들 명의로 거액의 부동산을 매입한 경위와 진짜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5억 원 이상을 빌려줬다는 친척도 누구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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