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리 의혹 ‘레임덕’ 부채질하나… 청와대-여권 패닉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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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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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10여억 원을 줬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지난해 8월 문화부 장관 후보로 인사청문회에 나선 모습. 당시 그는 야당 의원들이 도덕성 검증을 위한 질문을 퍼붓자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10여억 원을 줬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지난해 8월 문화부 장관 후보로 인사청문회에 나선 모습. 당시 그는 야당 의원들이 도덕성 검증을 위한 질문을 퍼붓자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청와대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인 박태규 씨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여권 핵심 인사들의 금품 수수 의혹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청와대 당혹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김 전 수석은 현직 신분이던 15일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서도 관련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며 “검찰의 소환 통보 전까지 의혹 당사자의 ‘입’만 믿고 있던 민정수석실로서는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16일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도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사실 확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6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 전 차관이 기자 시절부터 박태규 씨와 잘 알고 지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 전 차관에게 오랫동안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SLS그룹 이국철 회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권 핵심 인사들의 이름을 추가로 언급했다. 그는 2탄, 3탄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 수석급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수석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말해 더 고위층에 대한 로비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더는 정치적 수사로 나와 우리 회사를 괴롭히지 말고 SLS그룹이 무너지는 과정에 얽힌 진실을 밝히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청와대가 이에 대해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순차적으로 해당 인사를 폭로하겠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회장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면서도 걱정하는 모습이다. 청와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비리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해수 전 대통령정무비서관(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윤여성 씨에게서 구명로비를 받은 의혹)이 기소됐다. 이들 외에도 올해 들어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 등도 비리 혐의로 물러났다. 청와대는 5월 측근 비리 감찰을 사후 조치에서 사전 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고 발표했으나 최근 김 전 수석 의혹 등이 다시 터지면서 임기 후반에 접어든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임기 4년차에 측근 및 아들 등 친인척의 권력형 비리로 큰 곤욕을 치른 역대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선거 어떻게 치르라고…

10·26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한나라당도 걱정이 태산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권력형 비리 의혹이 잇달아 터지고 사실로 드러나면 야권 후보가 내세우는 ‘정권 심판론’에 시달려 제대로 선거운동조차 못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출마 선언을 앞둔 한나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나경원 최고위원 측 관계자도 “선거전에 뛰어들기도 전에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또 여권 인사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나올 경우 선거는 해보나마나 한 것 아니냐며 검찰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 일각에선 여권 핵심 인사의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촉구하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나라당에 부담이 되기만 하는 청와대와 일찌감치 선을 긋자는 것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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