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빠진 금융감독 혁신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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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실 TF, 국조특위 보고

국무총리실 금융감독혁신태스크포스(TF)가 2일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 보고를 통해 금융감독 혁신방안을 공개했다.

혁신안은 예금보험공사의 검사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TF는 금융 감독과 검사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과 예보의 공동 검사를 의무화했다. 또 예보의 단독 조사 대상 저축은행의 범위는 기존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5% 미만’에서 ‘BIS 비율 7% 미만 또는 3년 적자 은행’으로 확대했다.

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외부 민간위원을 4명에서 6명으로 확대하고 민간위원 중에서 위원장을 위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권을 금감원에서 금융위원회로 이관해 검사권(사실 확인)과 제재권(법적 판단)을 분리하는 방안은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금감원 내부비리 근절을 위한 인적 쇄신 방안도 마련했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에 대한 퇴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만들고 금감원 퇴직자 취업제한 대상을 기존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혁신안은 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금융감독원 비리 문제에만 집중해 금융감독 체계의 전면적 개편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현행 구조로는 법, 시행령, 감독규정을 다루는 기관이 제각각이어서 법체계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민간 금융회사가 두 기관에 이중으로 보고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TF는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금감원, 예보, 한국은행으로 나뉘어 있는 검사권을 시기와 사안에 따라 통합하거나 분리하는 작업도 빠졌다.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원인 분석도 보고에서 빠졌다. TF에 참여한 한 민간위원은 “정부 측이 ‘경기 순응적인 금융감독 정책이 저축은행 부실을 가져왔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넣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고 전했다. 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설명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TF가) 부실 저축은행 정리를 위한 재원이 얼마나 필요하고,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핵심적으로 다뤄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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