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희망버스’ 민주당 선명성 논쟁으로 돌진

손학규 ‘동승 않겠다’ 결심 뚜렷
이종걸 “정체성 문제” 孫압박

30일로 예정된 3차 한진중공업 농성자 지원 버스, 일명 ‘희망버스’ 행사를 앞두고 여야가 제각각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발짝 물러나 사태를 관망하던 한나라당에서는 27일 경찰을 투입해 희망버스를 막아야 한다는 강경론이 나왔다. 민주당은 대응 문제를 놓고 강온 기류가 엇갈리면서 노선 투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 한나라당, 당 차원 공식 대응 없어

한나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대응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여당이 노사갈등으로 인한 분규에 끼어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기현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은 그동안 사측에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했고, 민주당에도 ‘정치문제로 악용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무성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크레인 고공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진숙(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30일 전에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며 경찰에 신속 진압을 촉구했다. 부산 남을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한진중공업과 사실상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 크레인에서 6개월이 넘도록 농성을 벌이면서 정상 조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현장을 찾아 농성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을 향해서도 “대선 후보였던 정 의원이 ‘제2의 부마사태’를 운운하며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제정신을 가진 사람인지 의심스럽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이번에 (희망버스가) 또다시 영도에 쳐들어가 ‘망동’을 저지른다면 부산 시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당도 그동안 이 사태에 대해서 정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공권력을 강력하게 옹호해 주지 못하다 보니 야당의 정치공세 때문에 공권력이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은 노선 갈등 양상

민주당은 연일 정부에 ‘사태 해결’을 압박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진중공업 사태가 진전 없이 사태만 악화돼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그는 이채필 고용노동부(25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26일)을 잇따라 국회로 불러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손 대표는 희망버스에 함께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손 대표 측근들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당내에선 희망버스가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형성된 부산 민심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고려 중인 한 인사는 “30일이면 해운대와 광안리에 피서객이 몰려오는 시점인데 외부에서 시위하러 몰려오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동영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들은 이날도 손 대표에게 희망버스 동승을 요구했다. 희망버스를 선명성 경쟁의 고리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이종걸 의원은 손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희망버스에 함께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문제”라며 “민생 현장인 희망버스에 동승해 지지부진한 야권연대의 불씨를 되살리고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민노당은 당 차원에서 희망버스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이날로 15일째 이어갔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