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직계 기용… 집권 4년차 국정 고삐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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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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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참모진 개편

한나라당의 4·27 재·보궐선거 패배 후 1개월 반 가까이 논란이 됐던 청와대 참모진 개편 문제는 정무와 홍보수석비서관을 교체하는 선에서 9일 일단 마무리됐다.

재·보선 패배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변함 없이 대통령을 보좌하게 됐다. 하지만 ‘당분간 유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짧게는 향후 1, 2개월 정국 상황에 따라 그의 거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 남는 참모들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익숙함으로의 복귀’라고 부를 정도로 이번 인사에선 MB맨 중용이 눈에 띈다.

홍보수석에 내정된 김두우 대통령실기획관리실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 3개월 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왔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로는 매일 오전 7시 반 이 대통령에게 일일 정국 대응방안을 보고했으며 독대(獨對) 자리도 늘려가며 정국 전반에 대해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수석에 내정된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은 대선 당시 공보팀에서 일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거치는 등 친이(친이명박) 직계로 분류된다. 지난해 7월 발탁됐다가 이번에 물러나는 정진석 정무수석과 홍상표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이 없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철학을 파악하고 조율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는 친정체제 구축을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을 다잡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 나간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창성동 별관에 사무실을 둔 이동관 언론특보, 박형준 사회특보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이 대통령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정무수석 교체엔 친이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진석 수석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과제를 부여받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독대를 두 차례 성사시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생각보다는 친박에 우호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거꾸로 이번 정무수석 교체를 놓고 친박계가 긴장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은 그동안 내년 대선후보감으로 ‘박근혜 대항마’를 자처하는 김문수 경기지사를 후원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김 의원이라면 양측을 갈라놓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소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하루 24시간을 48시간, 72시간으로 쪼개 의원들의 뜻을 받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하고 청와대가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부는 “범여권에 신발 끈을 고쳐 매 줄 것을 요구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 의원의 경우 1년 가까이 임기가 남은 지역구(서울 성북을) 의원직을 포기하는 자기희생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한 고위 참모는 “동지보다는 동업자 형식으로 묶여 있던 친이계를 향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 몫 주장하기’를 줄이고 희생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눈길 끄는 핵심참모 3인방 ▼

9일 신임 대통령기획관리실장에 내정된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 가족과 주변 관리를 전담해 온 핵심 측근이다. 민정당 공채로 정치권에 입문한 정통 당료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오래 보좌해 온 그는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 합류해 정무1비서관을 거쳐 민정1비서관으로 일해 왔다. 처신이 원만하고 언론인들과의 교류도 잦지만 입이 무겁기로 정평이 나 있다.

민정1비서관에 내정된 신학수 총무비서관은 이 대통령과 같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이 대통령을 도운 몇 안 되는 ‘가신(家臣)’이다. 2000년 6월부터 1년 반 동안 이 대통령의 큰형 상은 씨가 운영하는 ㈜다스의 충남 아산공장 관리팀장으로도 일했다.

대변인으로 임명된 박정하 춘추관장은 2006년 안국포럼 초기 멤버로 줄곧 이 대통령의 공보 업무를 담당해왔다. 언론인 출신은 아니지만 순발력 있는 논평과 전달능력,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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