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東나선시 - 西황금평’ 양대 접경개발 작년말부터 급물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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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경협 어디까지

“이번에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릅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대인 투먼(圖們)과 훈춘(琿春)을 방문했을 때 많은 소식통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손가락이 곱을 정도로 거센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중국의 동북단은 북한과의 합작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20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개월 만에 투먼을 통해 중국을 다시 방문하면서 북-중 경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이 지역 방문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나선시 공동개발 등에 합의한 바 있다.

▶2010년 12월 17일 A1면 北, 나진 개발권 中에…

○ 분출하는 양국 경협 움직임

양국 경협 움직임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했다. 현재 양국 경협은 접경지역 2곳에서 진행 중이다. 두만강 쪽 북한 나선시와 압록강 하구의 신의주 황금평 개발 계획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간혹 경협설만 나왔다가 수그러드는 일이 반복된 곳이다.

양국은 나선시에 경제특구와 항만 등을 합작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나선시 합영관리위원회가 평양에서 내려온 젊은 간부들로 바뀌었고 중국인이 공동 위원장으로 임명돼 양국 경협을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처음으로 중국 석탄이 나선항을 통해 상하이(上海)로 수송됐다. 현재 2차로 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달 말에는 양국 고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훈춘과 나선항을 잇는 도로의 포장 및 보수공사 착공식이 열린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도로 포장은 이미 지난달 하순 옌지(延吉)의 건설업체 T사가 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을 비롯해 대형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독려와 배려 아래 적극적으로 나선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족한 전력을 해결하기 위해 훈춘의 전기를 끌어오는 방안이 논의되는 등 기반시설 확충에 대해서도 논의가 한창이다. 또 압록강 하구 북한 신의주 황금평 북-중 합작 개발계획도 구체적인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에 북한 고위층이 참석하는 가운데 착공식이 열린다거나 상징적으로 호텔을 건설한다는 설도 있다.

2009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 때 확정됐다가 차일피일 미뤄졌던 신압록강대교 건설도 본격화할 태세다. 지난해 12월 31일 착공식 이후 4개월 동안 조용하다 최근 인부를 모으고 정박지 공사도 시작하는 등 분주한 분위기다. 지난 9개월 사이 김 위원장의 해외비자금 관리인이자 지난해 신설된 외자유치기구인 합영투자위원회 이철 위원장(전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 등 북한 경협 관계자들이 자주 베이징(北京)에 와 중국 상무부 등의 고위 관리들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

○ 이해관계 맞아떨어지지만 한계 여전

훈춘 팡촨(防川)에서 러시아에 막혀 동해 진출이 무산된 중국은 오랫동안 동해 진출권을 꿈꿔왔다. 동해를 이용할 수 있다면 동북지방에서 중국 남방은 물론 세계 각지로의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중국이 역점을 다해 추진 중인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발 계획의 핵심은 동해 진출권의 확보에 있다.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강성대국의 문을 연다고 강조해 온 북한으로서도 중국과의 경협은 잇따른 도발 행동으로 국제무대에서 고립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끌어올 수 있는 ‘돈줄’이다. 이에 따라 양국의 경협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북한 전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중국도 경협과 관련해 여러 번 북한에 덴 경험이 있어 어디까지 전폭적으로 밀어줄지도 미지수다.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경협이 이뤄지는 것은 그만큼 특구가 체제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북한이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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