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낙제점은 아니고…’ 발언 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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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매우 듣기 거북한 말”
李대통령도 불쾌감 표시… 삼성 “독특한 화법 오해” 해명

청와대는 11일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촌평에 불쾌감을 노출했다. 이 회장은 전날 “그래도 계속 성장을 해왔으니까 낙제점을 주면 안 되겠고…. 과거 10년에 비해서는 상당한 성장을 해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 비해서 나아지긴 했지만 ‘낙제점은 면한 수준’이라는 냉소적 평가로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매우 불편하다. 듣기 거북하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회장의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용호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이 회장의 말을 반박하기도 했다. 백 실장은 “과거 10년 전에 비해 규제완화, 금리안정, 고환율 정책 등으로 기업 환경이 좋아졌고 그로 인해 기업 이익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며 “대기업들이 그런 점을 의식해 자율적으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참모는 “2009년 12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을 특별사면해 주기도 했는데…”라고 했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독특한 화법이 불러온 오해일 뿐이라며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대개 낙제라고 하면 F학점을 떠올리지만, 늘 ‘위기’를 강조하는 이 회장이 ‘낙제는 아니다’라고 한 건 ‘괜찮은 수준이다’의 뜻이란 설명이다. 또 이 회장의 발언은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했다고 본다’는 쪽에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청와대에도 해명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사회주의 말인지, 공산주의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한 이 회장의 말에 대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색깔론이나 이념 등의 잣대로 매도하지 말고 진지하고 생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공개 반박하고 나섰다.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홈페이지 글에서 “이 회장 발언으로 부자 편으로 오해받는 정부와 한나라당까지 욕 듣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자식에게 불법적으로 물려줄 재산은 있어도 중소기업과 나눌 이익은 없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재계는 이 회장의 발언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정 위원장과 이 회장이 사인(私人)으로 내놓은 의견에 청와대가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논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다만 백 실장은 “정 위원장의 구상은 정부와 전혀 상의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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