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中꽃게잡이 판치는데… 우리 어선은 항구서 발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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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조업통제 풀렸지만

북한의 포격 도발로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이 통제돼 한국 어선의 발이 묶인 사이 중국 어선들이 이 지역에서 불법 조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고 있는 중국 어선. 백령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북한의 포격 도발로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이 통제돼 한국 어선의 발이 묶인 사이 중국 어선들이 이 지역에서 불법 조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고 있는 중국 어선. 백령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북한의 포격 도발로 우리 어선의 출어가 통제된 틈을 타 인천 옹진군 연평도를 비롯해 서해5도 북방한계선(NLL) 주변 해역에 중국 어선이 떼를 지어 몰려들어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다. NLL 주변 남쪽 해역은 다른 지역 어선의 조업이 제한되지만 고가(高價) 어종인 꽃게 등이 많이 잡혀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곳. 중국 어선들은 선단을 이뤄 NLL을 수시로 넘나들면서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으나 해군 및 경찰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2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연평도의 경우 서해 한미 연합훈련 마지막 날인 1일부터 30여 척의 중국 어선이 NLL 주변 해역에 몰려드는 등 서해5도 NLL 주변에서 모두 2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꽃게잡이 불법조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남북 간 대치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연평도와 백령도, 대청도 등 서해5도 인근 NLL 주변 해역에서 벗어나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북한 해역에서 조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와 기상 악화로 우리 어선의 조업도 통제된 상황에서 NLL 주변 해역은 ‘무주공산’이 돼 버린 셈이다. 다만 서해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북한의 해안포 사거리(10∼27km)를 벗어나 비교적 안전한 ‘특정해역’(국방상 경비 및 어업활동과 관련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설정된 조업구역)과 덕적도 서쪽에서만 우리 어선들이 조업해왔다. 또 군은 상황에 따라 섬별로 NLL 남쪽 지선어장(지역어민들만 조업할 수 있는 어장)에서의 조업을 일부 허가해왔다. 2일에는 연평도의 조업 통제가 풀렸으나 선장과 선원 대부분이 인천으로 피신해 당장 조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해경은 100, 300, 500, 3000t급 경비함 네 척을 투입해 중국 어선을 감시하고 있으나 서해5도에 짙은 해무가 자주 끼어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계속되자 해군이 2일 백령도 인근 NLL 해상의 중국 어선 조업을 단속해 달라고 해경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NLL 주변 해역에서의 단속이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해군과 해경의 단속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1일 여객선을 타고 연평도에 들어간 주민 최율 씨(53)는 “북한의 도발이 없었으면 지난달에는 바다에서 잡은 꽃게로 매일 만선을 이뤘을 것”이라며 “중국 어선이 NLL 주변에서 꽃게를 싹쓸이할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우리 영해를 침범하거나 어민들이 쳐 놓은 어구를 훼손하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로 조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연평도 어민들을 위해 지난달 30일로 끝난 꽃게 조업기간을 이달 31일까지 한 달 연장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서해5도 주변 해역의 어획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4∼6월, 9∼11월에만 꽃게 조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 밖의 기간은 금어기로 제한해 왔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백령도=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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