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감세 논란’ 당내갈등 새 불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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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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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오른쪽)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벌어진 감세 논란과 관련해 “당직자들은 당의 중요정책에 관해 발언할 때 참으로 신중해야 한다”며 당직자들의 ‘입단속’을 주문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오른쪽)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벌어진 감세 논란과 관련해 “당직자들은 당의 중요정책에 관해 발언할 때 참으로 신중해야 한다”며 당직자들의 ‘입단속’을 주문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7일 벌어진 한나라당의 감세 정책 철회 ‘해프닝’이 당내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조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당의 정체성 논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세금 정책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다지느냐, 중도 서민층으로 외연을 넓히느냐에 관한 당의 ‘포지셔닝(위치선정)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안상수 대표는 28일 당직자들을 향해 ‘입단속’을 주문하며 감세 논쟁의 확산을 경계했다.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직자들은 당의 중요 정책에 관해 발언할 때 참으로 신중해야 한다”며 “정두언 최고위원의 제의에 대한 단순한 검토 지시가 어떻게 이를 수용하는 듯이 언론에 전달될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감세 정책을 철회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정 최고위원과 전날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배은희 대변인 등을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이 자리에서 “공식회의에서 최고위원의 제안에 대해 정책위가 검토하는 것은 ‘비 오는 날 날씨가 흐린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며 “(감세 정책 논의는) 내년에 상황을 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완급을 조절해 처리하겠다”고 안 대표를 지원 사격했다.

당 지도부가 이처럼 불끄기에 나섰지만 감세 논쟁은 오히려 확산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소속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재정적자가 악화되고 있고 복지 수요도 상당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감세 정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 부의장은 “이종구 정책위 부의장이 이 분야의 전문가인데, 어제 듣기로는 ‘소득세 부분은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안) 대표와 얘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정책위 부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뭔가 문제가 있으니 검토해 보라고 한 것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최고 소득세율의 인하는 2013년부터 적용돼 어차피 최종 결론은 2012년 총선 이후 19대 국회에서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감세 정책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은 안 대표가 2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당의 이념좌표로 내세운 ‘중도개혁보수’를 구현할 정책 카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김성태 의원은 28일 “중도개혁보수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실천이 필요하다. 감세 철회와 복지 확대는 그 실천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세금 정책은 국가 정책의 철학과 관련된 것이다. 어떻게 한 정권 내에서 조변석개할 수 있느냐. 표를 잃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라는 게 있다”고 강조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세율 인하는) 2012년 시행 예정인 만큼 내년 하반기 국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면서 “세율을 내리는 세계적 추세와 세율이 낮은 곳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추세를 감안해야 하며 기업의 세부담을 줄여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과 세수 확충으로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하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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