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발언 → 어선나포 → 해안포… 北 ‘항의시위’ 심상치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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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해안포 사격을 감행한 것은 한국군의 훈련에 “물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위협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 정부가 지속하고 있는 대북 압박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일종의 ‘협박’으로도 보인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본격화한 한미 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과 제재에 저항할 방법을 모색하다 한국군의 서해 훈련을 빌미 삼아 해안포를 NLL 인근에 발사함으로써 위협 전술을 재탕한 것으로 보인다.》
○ 위협 전술 재탕?


북한 해안포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해안포는 주로 적의 상륙을 저지하는 방어용 무기지만 서해 5도의 경우 북한과 가까워 공격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이번에 우리 군의 훈련이 종료되는 것을 기다렸다가 포사격을 개시한 점으로 미뤄 물리적 위협을 가하면서도 군사적 충돌은 원천적으로 피하려 한 속내가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북측이 쏜 포탄 일부가 NLL 남쪽의 우리 영해를 넘어섰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 정도로 근방까지 날아왔다는 사실은 북한군의 포사격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의도와 계산이 담긴 ‘조준 사격’에 의한 것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위협 전술의 징후는 최근 곳곳에서 포착됐다. 8일 발생한 ‘55대승호’ 나포는 북한 경비정이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270km나 떨어진 곳까지 나와 나포해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 지역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연료가 부족한 북한 경비정이 상시적으로 남한 배들의 월경을 감시하던 곳이 아니었다.

북한의 해안포 발사는 미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새로운 대북 제재안에 대한 일종의 ‘항의 시위’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며 북한의 돈줄을 조일 강도 높은 제재가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해안포 도발을 통해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가 언제라도 다시 군사적 위험에 휩싸일 수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낸 측면도 있다.

또한 외교안보라인을 모두 유임시킴으로써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이명박 대통령의 8·8개각 이튿날 이런 도발이 자행된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 새로운 전술 훈련?

북한은 올해 초에도 백령도와 대청도 등이 포함된 NLL 이남 해역을 해상사격구역으로 선포하고 해안포 사격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엔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해안포 사격은 해안포와 장사정포, 지대함미사일로 NLL 일대를 집중 포격하면서 공기부양정으로 특수전 병력을 보내 백령도를 기습 점령하는 새로운 전술을 위한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해안포 사격은 백령도 기습점령 작전의 시발점이란 얘기다.

북한의 이런 전술은 천안함이 침몰 당일 백령도에 근접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4월 2일 “북한이 방사포, 지대함미사일 등으로 공격할 경우 섬을 활용해 피할 수 있도록 백령도 뒤쪽으로 기동하는 작전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차분한 서해5도

서해 최북단 섬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섭 백령면장(52)은 “북한에서 발사한 포성이 10여 분간 계속 들렸다”며 “최북단 섬에 살고 있어 북한의 발포는 늘 겪어온 일이라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백령도 주민 손학진 씨(33)도 “평소에도 북한에서 포성이 자주 들리기 때문에 주민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합동기동훈련으로 대부분의 어선이 오전에 조업을 마치고 되돌아와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해상 55대승호 나포에 이어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한 데 대해 일부 주민은 남북 간의 긴장과 대치상태가 더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으로 급감했다가 휴가철을 맞아 조금씩 늘고 있는 관광객이 줄어들까봐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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