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집권 하반기 靑개편]젊어졌다 강해졌다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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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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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요직 50대 초중반으로 세대교체
‘MB 복심’ 임태희-백용호 쌍두마차
‘3선 정무-사회통합 수석’ 소통 강화

《난산(難産) 끝에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중후반기 국정 운영을 보좌할 3기 청와대 진용이 13일 윤곽을 드러냈다. 홍보수석 등 일부 남은 인사가 있긴 하지만 6·2지방선거 패배 후 이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대국민 연설에서 밝힌 대로 세대교체와 정치권 및 국민과의 소통 강화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다. 특히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내정자는 54세 동갑내기로 전임 정정길 대통령실장-윤진식 정책실장 체제에 비해 10년 이상 젊어졌다. 이 대통령은 정무와 정책 역량을 갖춘 이들 ‘젊은 실세’를 투톱(대통령실장과 정책실장)으로 기용함으로써 세대교체와 더불어 친정체제 강화를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3선인 정진석 의원을 정무수석에 내정하고, 시민단체 출신인 박인주 평생교육진흥원장을 신설된 사회통합수석으로 내정한 것은 소통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MB경제 과외교사’로 불리는 숨은 실세
○ 백용호 정책실장 내정자

백 내정자는 대표적인 이 대통령의 ‘경제브레인’이자 ‘숨은 실세’로 언제든 이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청와대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최근 청와대 인적개편을 앞두고는 대통령실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백 내정자는 입이 무거운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내며 청계천 복원과 교통체계 개편 등 이 대통령과 각종 정책 현안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 대선 외곽 자문기구인 바른정책연구원(BPI)을 이끌며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그를 이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부르기도 한다.

현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을 지내며 청와대 밖에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주요 현안이 발생할 경우 백 내정자의 의견을 듣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 주중대사와는 여섯 살 정도 차이가 나지만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사이라고 여권의 한 인사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인사 청탁을 한 간부들을 승진에서 누락시키며 전임자의 잇단 불명예 퇴진 및 간부들의 잡음으로 혼란에 빠진 국세청 조직을 빠르게 장악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한때 정책실장을 공석으로 남겨두는 방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대통령은 백용호 정책실장 카드를 꺼냄으로써 청와대 50대 실장 체제로의 세대교체를 완성하고 임기 후반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청와대 및 정부 조직을 장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백 내정자는 4대강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과 양극화 및 계층갈등 해소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어느 나라에서나 갈등 관리가 정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며 “정책실장으로서 갈등을 조정해 나가고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항상 다른 쪽을 생각하며 소통하겠다”며 “임태희 대통령실장 내정자도 그 분야에서 탁월한 경륜이 있으니 잘 도와서 좋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54) △익산 남성고 △중앙대 경제학과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이화여대 교수 △공정거래위원장

野지도부와 막역… 세종시 수정안 반대표

○ 정진석 정무수석 내정자

한국일보 기자 출신의 3선 의원인 정진석 정무수석 내정자는 특유의 화통한 성품을 바탕으로 여야를 넘나들며 폭넓은 정서적 공감대를 쌓아왔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막역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통섭(通涉)의 정치’를 신조로 삼고 있는 그는 이명박 정부가 지적받아온 ‘여의도 정치와의 소통 부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역대 정무수석보다 친이명박 색채가 옅은 그는 ‘당내 야당’으로 통하는 친박 진영과 대화채널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정 내정자는 자신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2008년 1월 박 전 대표가 중국 출장 기간임에도 “참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던 것을 자주 거론해 왔다고 한다. 정 내정자는 이날 “정치에서 100% 완승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정 내정자는 그동안 세종시 수정안에 비판적이었다. 국회 표결 때도 반대표를 던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그에게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 등 정치세력과 보수대연합의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백 내정자와 정 내정자 둘 다 충남 출신인 데다 정 내정자가 세종시 수정안 반대파였다는 점이 개각과 맞물려 눈에 띄는 부분이다. 역시 충남 출신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던 정운찬 국무총리 교체를 포함한 대폭 개각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충남 공주(50)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 차장, 논설위원 △16, 17, 18대 의원 △국회 정보위원장

정계-시민단체 두루 거쳐… 원로들이 추천

○ 박인주 사회통합수석 내정자

박인주 평생교육진흥원장의 이력은 다채롭다. 1988년 13대 국회에서 당시 민주당 김덕룡 의원(현 대통령국민통합특보) 지역구의 사무총장을 지냈고 이후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2005년에는 흥사단에서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을 막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을 펼치며 본적을 아예 독도로 옮기기도 했다.

그가 신설된 사회통합수석에 최종 내정되기까지는 곡절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경북 칠곡 출신으로 경북고와 고려대를 나온 인사를 사회통합수석으로 발탁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또 검증 과정에서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다”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등의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 대표를 맡은 전력도 논란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라크 파병 반대와 촛불집회 참여는 사실이 아니다”며 “박 내정자의 이념성향은 중도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계층과 이념 대립을 극복하고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임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자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서영훈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이사장 등 종교계 및 시민사회 원로급 인사 7명이 박 원장을 사회통합수석으로 임명해 달라는 건의서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전했다. 그의 앞에는 좌우를 아우르며 국민소통과 사회통합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 있다.

△경북 칠곡(60)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상임대표 △월드리서치 대표 △흥사단 이사장 △평생교육진흥원장

최연소 국회의원 출신 정치적 감각 갖춰

○ 김희정 대변인 내정자

단일 대변인에 발탁된 김희정 내정자(사진)는 17대 총선 때 부산 연제에서 33세의 나이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는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치적 감각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18대 총선 때는 ‘친박(친박근혜) 후보’에 고배를 들었으나 2009년 6월 한국인터넷진흥원 초대 원장에 임명돼 최연소 여성 정부 산하 기관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비(非)언론인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입’을 맡게 됐다.

△부산(39)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 홍보수석 왜 빠졌나


靑, 유진룡 前차관 검토… 어제 오후 면담
“적임자 아니다” 고사 뜻 안굽혀 내정 무산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사진)이 13일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으로 내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인의 고사로 무산됐다. 결국 청와대는 홍보수석 인선 내용을 발표하지 못한 채 정무수석 등 4명의 인사만 발표했다.

유 전 차관 내정설은 이날 오전 10시경 ‘유 전 차관 홍보수석 내정-오후 2시 발표’라는 한 언론보도를 통해 흘러나왔다. 석간신문과 일부 인터넷 매체는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유 전 차관 내정 여부는 확실치 않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왔다. 오후 3시 반에야 공식 발표가 이뤄졌지만 결국 유 전 차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와대 발표 직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유 전 차관의 지인에 따르면 유 전 차관은 이날 오전까지 청와대로부터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인사와 만나자는 약속은 잡아놓은 게 있지만 ‘홍보수석’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유 전 차관을 검증한 끝에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조할 업무가 많다는 점에서 문화부 근무 경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또 차관 시절 보여준 일처리 솜씨와 정무 감각이 높게 평가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인사는 이날 오후 유 전 차관을 면담했지만 유 전 차관은 완곡히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차관은 “나는 적임자가 아니다. 그 자리는 언론인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유 전 차관의 내정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가 2006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내게 아리랑TV 고위 임원 민원을 했다”고 폭로하면서 당시 청와대와 정면충돌해 친노(친노무현) 386 인사의 도덕성 시비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양정철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배를 째드릴까요”라고 협박했다는 것을 놓고 진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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