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vs 이혜훈, 같은 방 특보서 경쟁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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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감동 없다” 막판 출마
이혜훈 “날 막으려 내보냈나”

막판까지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했던 나경원 의원이 후보등록일인 4일 전대 출사표를 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의 흥행 메이커로 두각을 나타낸 나 의원의 전대 출마로 전대 경선 판도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나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잇단 선거로 지쳐 있어 뒤에서 조용히 도우려 했지만 전당대회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다”면서 “당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국민의 신임을 되돌려 정권 재창출의 디딤돌이 되겠다는 결심으로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나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 패배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전대에 출마하는 데 부담감을 느껴왔다. 그러나 친이(친이명박)계 진영이 여성 몫 최고위원을 노리고 출마한 친박(친박근혜)계 이혜훈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력이 있는 나 의원의 전대 출마를 강하게 종용했다. 친이계지만 초선의 정미경 의원으로는 이 의원을 상대하기가 버겁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의원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친박의 이혜훈이 당 지도부에 입성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특정 인사를 종용해 내보냈다는 보도 등이 나왔다”며 “이런 것이야말로 화합의 전당대회를 깨는 것이며 친이 친박 대결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염두에 둔 것이다.

당내에선 나 의원이 막판까지 장관 입각과 전대 출마를 저울질해 왔다는 점이 득표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선의 나 의원과 이 의원은 모두 서울대 82학번(나 의원은 법대, 이 의원은 경제학과)으로 2002년 당시 이회창 대선 후보 특보로 함께 정치권에 입문했다. 서울행정법원 판사 출신인 나 의원은 여성정책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이 의원은 보건복지 정책을 각각 전담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강재섭 당시 대표와 가까웠던 나 의원은 중립을 표방했지만 사실상 이명박 후보를 지원했다. 반면 이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해 정치적 노선을 달리했다.

정미경 의원은 나 의원의 출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간 채 “겉만 보고 가는 한나라당은 안 된다. 이 시대는 속이 뭔지, 내실이 뭔지 보는 시대이며 국민들은 (내실을) 안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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