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협조 없인 특구 성공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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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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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화벌이 창구 대풍그룹 “외자 유치” 역설했지만…

전문가가 본 5대 장애물
① 국제금융기구 美가 지배
투자자 눈높이 높아져
투명한 외자 운영 의문
통행-통신 개방 불확실
국가차원 보증 있어야

박철수 대풍그룹 총재
박철수 대풍그룹 총재
북한이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대풍그룹)을 내세워 외자유치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고 전국에 경제특구를 조성한다는 새로운 경제개발계획을 홍보하고 있지만 북한경제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목표’만 내걸었을 뿐 이에 필요한 ‘수단’이 모호하다는 평가와 함께 북한이 내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외 환경과 내부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① 대미 관계 정상화 선행돼야


북한이 원하는 대로 국제금융기구와 국제상업은행에서 외자를 유치하려면 우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금융기구들은 미국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고 국제상업은행들은 국제금융기구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 지도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최근 대풍그룹 등이 국제금융기구와의 협력을 언급하는 것은 향후 핵 문제 해결과 대외환경 개선을 전제로 미리 대화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② 국제 투자가들의 높은 기준

북한은 국제사회가 설정한 자금지원의 기준도 통과해야 한다. 통일연구원은 2008년 발행한 ‘국제금융기구의 북한 개입’ 보고서에서 “국제금융기구의 자금 지원 규모는 수혜국의 제도나 정책 개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사회는 특정 국가에 대규모 개발원조 등 현금을 지원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공공 거버넌스(governance)’의 개선, 즉 지원 자금에 대한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공적 관리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③ 구조적 불투명성 해소 필요

대풍그룹 박철수 총재는 2일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투명한 외자 운영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수령경제(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운영하는 당 경제와 군 경제의 총칭)’라는 특권경제의 구조적인 불투명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풍그룹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돈처럼 운영하는 ‘군 경제’에서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박 총재가 대풍그룹과 ‘군 경제’와의 관계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④ 제한적 경제 개방의 한계

전문가들은 투자가들에게 돈을 내고 이익만 가져가라는 식의 제한된 개방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외자가 들어오게 하려면 통행과 통신, 외부인의 현지 경영 권한 등도 확대해야 한다”며 “북한이 외자 유치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들을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정치의 중심인 평양과 남포, 군항인 원산과 청진 등을 경제특구로 개방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전망했다.

⑤ 과감한 정치·경제적 개혁 개방 필요

북한이 경제의 구조적 불투명성 등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려면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개혁과 개방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개혁 개방 노선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지 않고 박 총재 등 외부의 민간인들을 통해 개방과 외자유치를 외치는 것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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