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학교체육법안 부결시켜 본회의 파행…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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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어긴 野에 괘씸죄?

“지방교육자치법 함께 처리” 민주, 먼저 제안하고 안 지켜
“공부 못하면 대회출전 금지” 법안 내용 - 부실 심의도 문제

3일 국회에선 전날 2월 임시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학교체육법안 부결 사태’가 단연 화제였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반란표’(반대 74명, 기권 33명)로 부결된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체육법안은 본회의에서 왜 부결됐을까.

▶본보 3일자 A1면 참조
2월국회, 마지막까지 ‘민생’은 없었다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진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날 반대토론에 나선 같은 당 박영아 의원의 발언에 크게 공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이 법안이 상임위인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통과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교과위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를 치르기 위해 지방교육자치법을 시급하게 개정해야 했다. 하지만 여야는 후보자의 자격요건과 교육의원의 선출방식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교과위 민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학교체육법안과 함께 처리하자고 제안했고 한나라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학교체육법안은 안 의원이 1년 전 발의한 법안이었다.

학교체육법안은 약속대로 상임위를 ‘무사통과’했지만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일부 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교과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안 의원의 약속 파기에 크게 반발하며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학교체육법안의 부실 심의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학교체육법안의 내용도 법안 부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성적이 일정수준에 이르지 못한 체육특기생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이 문제가 됐다. 박 의원이 반대토론에서 “이 법안은 제2, 제3의 김연아를 막는 법안이다”라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교육자치법은 재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이미 본회의에서 처리된 마당에 이를 다시 문제 삼고 반대표를 던진 한나라당은 소인배 집단임을 자인한 것이다”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서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은 ‘의미 있는 반란’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의원은 “상임위에서 여러 정치적 고려로 법안이 부실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에 경종을 울린 좋은 사례다”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체육법안처럼 본회의에서 부결된 법안은 다시 발의해 상임위에서부터 새롭게 법안 심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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