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방호… ‘공천파동 악몽’ 친박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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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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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지사 출마 선언… 친박 “국민 우롱하나”
6·2 지방선거 공천 친이-친박 힘겨루기 서막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으로 2008년 공천 파동의 주역인 이방호 전 사무총장(사진)이 4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2 지방선거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김태호 현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던 당내 경남도지사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다. 이 전 총장의 전격적인 출마 선언으로 세종시 전선에 집중된 친이-친박(친박근혜)계 갈등이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돌아온 ‘공천 파동’ 주역

이 전 총장은 2008년 총선 당시 지역구(경남 사천)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의 지원을 업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패배했다. 집권당 사무총장이 당의 기반인 영남권에 출마해 낙선하자 이명박 대통령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모 등이 그를 낙선운동 표적으로 삼은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그의 움직임이 당내 친이-친박계 갈등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되는 이유다.

당시 이 전 총장이 주도한 공천에서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자 친박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표까지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말했다. 공천 탈락 인사들은 탈당해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섰다. 반면 한나라당은 내분 상태에서 치른 총선에서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었다.

이 전 총장은 올해 7월 정기전당대회를 통해 당 복귀를 하고자 준비해 왔다. 이 전 총장은 4일 출마 선언에서 “5년여 수협중앙회장을 지낸 전문경영인의 경험과 집권당 사무총장의 정치경륜을 바탕으로 지방정부의 살림을 넉넉하게 하겠다”며 “이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의 한 사람으로 중앙정치 무대와 정부부처에 넓은 인맥이 있다”고 강조했다.

○ 친박 진영의 반발

이 전 총장은 이날 친박 진영의 반발 움직임을 의식한 듯 “누가 그 자리(사무총장)에 있었어도 피할 수 없는 곤혹과 홍역이 있었겠지만 공천과정에서 낙천의 고배를 마신 동지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잘못된 공천의 장본인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고 자숙해야 할 분이 공직 후보로 다시 나서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지난해 4월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에서 친이계 정종복 전 의원을 낙선시킨 것처럼 다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 여권 수뇌부 조율? 독자적 결정?

당 안팎에선 경남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선 여야 대결이 아니라 친이-친박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친박계에선 3선의 김학송 의원(진해)이 경남지사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다음 주에 출마 여부를 결심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주류 진영에선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출마를 종용하고 있으나 본인이 완강히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장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밝히기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인 지난달 초 이 전 총장에게 간접적으로 공기업 사장직 제안이 있었으나 이 전 총장이 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총장은 김 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하자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하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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