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 파국’ 위기는 일단 넘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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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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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 만찬서 돌파구 마련
4대강 처리 시한연기엔 시각차
여야 의원 24시간 비상대기속
본회의장 점거는 안하기로
일각 “與 단독처리 포석” 분석

민주당 정세균 대표(오른쪽)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회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종승 기자
민주당 정세균 대표(오른쪽)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회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종승 기자
준(準)예산 편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28일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4대강 사업 예산과 일반 예산을 분리 협상하기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파행으로 치닫던 예산 정국에 협상의 돌파구가 열렸다. 하지만 여야가 예산안을 연내에 원만히 합의 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많다.

실제로 여야는 이날 합의의 뒷전에서 팽팽한 대치를 늦추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전체 의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고, 민주당도 이날로 점거 12일째를 맞은 국회 예산결산특위 회의장에서 24시간 비상대기 체제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3당 의원들은 예결위 회의장 앞에서 ‘4대강 반대’ 농성에 들어갔다.

○ 투 트랙(two track) 협상 합의까지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먼저 “4대강 예산과 나머지 예산을 분리하고, 협의 가능한 민생예산이라도 먼저 합의하자”며 원내대표회담을 제안했다. 나머지 예산은 연내에 처리하되 4대강 예산은 내년 2월 추경예산을 논의할 때 처리하자는 제안이었다.

이에 대해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이 먼저 예산결산특위 회의장 점거를 풀고, 합의 시한을 정하라”고 역제안을 했다. 민주당이 이 제안을 거부하면서 협상은 다시 벽에 부닥쳤다.

그러나 이날 오후 6시 반 양당 원내대표의 만찬회담에서 돌파구가 열렸다. 두 사람은 예산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않고 준예산이 편성되는 파행을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고, ‘투 트랙’ 협상을 이끌어 냈다.

○ 투 트랙 협상은 어떻게?

4대강 예산은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과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4대강을 제외한 일반 예산은 예결위 양당 간사인 한나라당 김광림, 민주당 이시종 의원이 각각 심의를 맡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해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생략하고 양당이 이미 마련한 자체 예산안을 토대로 협의를 끝낸 뒤 양당 원내대표가 최종 담판을 짓기로 했다.

각 상임위에서 법제사법위로 넘어왔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는 예산 관련 부수법안들도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처리하기로 했다. 양당은 29일부터 국회 본회의를 예정대로 열어 계류 중인 일반 안건들을 우선 처리할 방침이다.

○ 합의 처리 가능성은?

여야가 합의처리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4대강 예산 처리시한을 내년 2월로 연기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한나라당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번 협상 개시는 민주당 요구가 수용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본질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협상 결과를 결코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원내 당직자도 “합의 시한을 정하진 않았지만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으며 현재로선 합의처리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여전히 여야가 협상 결렬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미디어관계법 처리 때처럼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일이 없도록 일반 안건의 처리가 끝나면 양당 의원들이 퇴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막판까지 예산안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나라당 의원들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항의 퇴장하는 모양을 갖추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리적 충돌과 국회 파행을 피해보려는 양당의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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