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대한민국의 생일”… 내복 입고 ‘溫맵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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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 국무회의 의결 이모저모
李대통령 “역사에 기록 남기자”
국무위원에 일일이 발언 기회
최경환 지경 “경제 부담 우려”


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정운찬 국무총리(왼쪽에서 네 번째) 등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내복 및 스웨터 등을 입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정운찬 국무총리(왼쪽에서 네 번째) 등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내복 및 스웨터 등을 입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역사적인 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안(2020년 배출량을 30% 감축)을 의결한 1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역사적’이란 표현을 3차례나 거듭 사용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축 목표 설정은) 선진국형 발상의 전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오늘은 ‘녹색 대한민국’의 생일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오갔다.

온실가스 감축안이 안건으로 상정된 뒤 일부 경제부처 장관은 자유 발언을 통해 고심의 흔적을 내비쳤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높은) 감축목표가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달성 가능성 등을 놓고 치열한 고심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산업 주무부처로서 저탄소 녹색성장 국정기조와 글로벌 리더십, 그리고 산업계의 우려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당분간 경제 성장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국만 높은 목표를 설정할 경우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감축량을 설정해도 산업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배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은 이미 분명한 상태였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우리나라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것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민의 녹색생활 혁명을 이끌어 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세제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적극 뒷받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 녹색성장 주도국가로서의 국격을 잘 보여준 결의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발적 감축목표의 설정을 통해 세계에 모범적 모델을 제시한 만큼 추후 이행조치에 만전을 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실내 온도를 19도로 낮추고 이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내복 및 스웨터 등을 착용하는 ‘온(溫)맵시’로 진행됐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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